토드의 얼굴에는 다시 걷는 빗자루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것과 함께 공포가 춤추듯 되살아났다. 갑자기 듀샌더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과 자기가 듀샌더의 참모습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들었다. 왠지 노령이고 부엌에서의 장난임에도 불구하고 듀샌더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섭게 보였다. 토드에게구덩이나 소각로 안의 시체가 비로소 현실처럼 다가왔다. 팔과 다리와 몸통이 물고기의 배처럼 하얗게 뒤얽혀서 독일의 차가운 봄비를 맞고 있는 시체 사진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진것(예를 들면 촬영이 끝나면 뒤쪽 어딘가로 가져가 버리는 백화점의 마네킹을 사용한 시체 더미 같은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사악하고 사실적인 사건을 직접 찍어놓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순간적으로 토드는 시체가 부패하면서 풍기는 평온하고 희미하며 아릿한 냄새를 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포가 그를 빙 둘러 쌌다.
- P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