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돌의 효과는 ‘기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에만 일어나는 법이다.처음에만 해도 그것은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병리학적으로 볼 때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투렛 증후군을 치료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였고경제적으로도 불가능했다. 4세 때부터 투렛 증세로 고생한 레이는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한 생활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이 특이한 병에 심하게 의존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니 이 병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해온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병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철저한 분석과 고찰을 시도한 3개월간의 집중적인 준비 기간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그 병과 결별할 각오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 P174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 P187

그는 어떤 일이든지 몇 초만 지나면 잊어버렸다. 그의 착각에는 끝이 없었다. 그의 발밑에서는 기억상실이라는 심연이 언제나 입을 벌린 채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온갖 거짓 혹은 가짜 이야기를능숙하게 지어내면서 그 심연에 다리를 놓아 한시바삐 건너가려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순간적으로 목격한 세계 혹은 그렇게 느껴진 세계였다.  - P1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