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페는 예고 없이 나타나서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거나 손톱을 매만지곤 한다. 잠깐 혼이 씌인 것같은 느낌이다. 칼리는 헐거운 가운을 입듯 내 피부를 입으며 안에서 일어선다. 조그만 두 손을 내 팔의 풍성한 소맷자락에 찔러 넣고, 침팬지 같은 두 발을 내 다리가 걸쳤던 바지 속에 쑥 집어넣는다. 보도에서는 자꾸 여자처럼 걷게 되고, 그렇게 걷다 등하교 길의 소녀들을만나면 그들처럼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에 옛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이 느낌은 몇 걸음 더 계속된다. 칼리의 머리카락이 내 뒷덜미를 간질인다. 그녀는 내 가슴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는 듯이짐짓 내 가슴을 압박해 온다. 그것은 그녀가 조조할 때의 오랜 습관이다. 그녀의 정맥 속에 흐르던, 사춘기의 절망을 담은 병든 체액이다시금 내 정맥으로 흘러든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거짓말같이 그녀는 내 안에서 오그라들고 녹아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돌아서서비춰 본 유리창에는 기다란 곱슬머리에 숱이 적은 염소수염을 기른마흔한 살의 사나이가 서 있는 것이다. 현대에 나타난 머스킷(구식 보병총] 총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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