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15분의 런던, 여름비가 퍼부어 내리고 있다. 사방에서 택시를 부르는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보행자들은 세인트폴 교회(렌 성당이 아니라 코번트 가든의 야채 시장에 있는 이니고 존스 교회)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해 뛰어든다. 사람들 중에는 야회복을 입은 부인과 딸이 있다. 모두 우울하게 비를 응시하고 있다. 한 사람만예외로, 다른 사람들에게 등을 돌린 채 공책에 메모를 하는데 완전히 몰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