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지옥문에 들어서다

온두라스 동부 모스키티아 지역 밀림에는 지금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들이 있다. 약 8만 2,879km에 달하는 광활한 무법지대인 모스키티아는 열대우림, 습지, 석호, 강, 산으로 뒤덮인 땅이다. 옛 지도에는 포르탈 델 인피에르노, 즉 ‘지옥문이라고 표기되었던 곳이다. 워낙 다가가기 힘든 험지인 탓이다. 세계에서 가장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그곳을 뚫고 들어가 탐험해보겠다는시도는 지난 수백 년간 좌절되었다.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모스키티아의 열대우림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

온두라스는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경멸적인 뉘앙스를 품은 별명을 얻게 되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는 물론이고 곧이어 뛰어든 다른 과일 회사들은 정치적 음모, 세금 책략, 쿠데타 획책, 뇌물 수수, 노동자 착취로악명을 떨쳤다. 이 기업들은 온두라스의 진보를 틀어막아 숨통을 죽여놓았고 부패와 극단적 형태의 족벌 자본주의가 그 땅에서 자라나게 만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국의 과일 회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온두라스 정부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온두라스는 마약 밀매업자들의 밥이 되었다. 1990년대에 콜롬비아가 실효적인 마약 근절 정책 및 현장 급습을 단행하면서 마약거래의 상당 부분이 온두라스로 옮겨갔다. 밀수업자들은 온두라스를 남아메리카와 미국 사이에서 거래되는 코카인을 옮겨 싣는 최고의 마약 밀수 환적지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모스키티아가 있었다. 밀림을 불도저로 밀어 대충 만들어 놓은 활주로는 베네수엘라에서 날아온 마약의 야간 동체착륙에 사용되었다. 법 집행기관과 사법제도가 무너지면서 살인율은 치솟았다. 주요 도시의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한 폭력조직들은 강탈을 자행하고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으며 군과 경찰이 출입할 수 없는 구역을 만들었다. 범죄조직의 폭력이 끊임없이 계속되자 달리 방도를 찾을 수없었던 온두라스 국민들은 대개 자식들을 북쪽으로, 즉 안전한 미국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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