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한잔할래?"
카츠에게 말했다. 주유소 문 옆에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 나중에." 라고 말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넘치는 욕망으로 청량음료랑 인스턴트 식품에 엎어지던 카츠답지 않지만, 이해가 되었다. 트레일을 떠나 안락과선택의 세계로 낙하할 때마다 항상 충격을 느끼지만, 이번에는 달
랐다. 이번에는 영원히 이 세계로 귀화했다. 우리는 이제 등산화를창고에 처박아 둘 것이다. 지금부터는 항상 콜라와 부드러운 침대
와 샤워 시설, 그 밖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게 있다. 급할 게 없었다. 이상하게도 하고픈 의지가 약해졌다.

무엇보다 요즘 산을 쳐다볼 때마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도려낸 화강암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바라본다.
우린 3천520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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