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근처

초는 한 갑에 백이십원, 만수향은 백원이라고 한다. 나는 시치미 딱 떼고 이백원만 내주고 일부러 핸드백을 소리나게 닫았다.
"이십원 더 주셔얍지요."
"아저씨도 괜히 그러셔, 이런 초는 백원이면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건데."

그 시대를 보는 눈이 관대해졌다는 건 그만큼 무관심해졌다는
의미도 된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나는 늘 피곤했지만 육체적인 노동 끝에 이는 쾌적한 피로가 아니라 불쾌한 조음에 맞춰 서투르게 몸을 흔들어댄 것 같은 허망한 피로였고, 몸의 피로라기보다는 마음의 피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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