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두려움보다 더 난해하고 딱히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마비 상태, 즉 결단력과 이성과 자유의지가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고음의 목소리와 위선자의 시선을 지녔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몸단장에 신경 쓰고 장식한 그 남자가 가난한사람이건 부자건, 친구건 적이건 모든 도미니카 사람들에게 주문을 걸듯 행사하던 활동 불능 상태였다. 날조된 연극의 유일한 관객이었던 안토니오 역시 그 순간 마비 상태가 되어 그런 빤한 거짓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던 것이다.

총통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칼리에들이나 군 경호원들이라고 확신한 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권총을 들어 발사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의 총알을 맞은 페드로 리비오 세데뇨의 신음 소리를 들었다. 마치 땅이 열린 것처럼 깊은 심연에서 사악한 존재가 그를 비웃는 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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