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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평점 :
우리의 일상 속 경험은 한정적이다. 지금의 '핵개인화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경험치가 부족하다 보니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해 사회와 직장에서의 갈등은 물론이고, 가족간의 공감도 쉽지 않다. 이렇게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되질 않으니 삶은 삐걱대고, 멘탈은 쉽게 무너진다. 우리에겐 경험에서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설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명작 소설은 읽을 때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나의 생각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도 배울 수 있어 공감의 태도를 갖출 수 있게 해준다. 책<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에는 20편의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겨있다. 제목만 봐도 반가운 명작들과< 마지막 수업><베니스의 상인><크리스마스 선물><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변신>등, 작가는 들어봤지만 읽지 못한 소설들이도 기 드 모파상<비곗덩어리>,애드거 앨런 포<검은 고양이> 앙드레 지드<탕아 돌아오다>빅토르 위고<가난한 사람들>등 포함되어 있다. 모두 단편소설의 특징을 잘 살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섬세하고 농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인생이란 얼마나 이상야릇한 것이고, 무상한 일이냐!
사소한 일로 파멸하거나, 살아나는 것이 예사니 말이다.
<목걸이>p116
책 속 단편소설 중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는 짧은 이야기 속에 심오한 성찰이 담겨 있어 더욱 인상깊었다. 아름다운 마틸다는 결혼 지참금이 없어 가난한 하급 관리와 결혼하게 되고 자신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형편을 한탄하며 지낸다. 어느 날 꿈에 그리던 파티에 초대받아 친구의 목걸이를 빌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녀는 빌린 목걸이를 친구에게 돌려주기 위해 같은 목걸이를 큰돈을 빌려 사게 되고 10년 동안 빚을 갚느라 온갖 고생을 다해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아낙네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모든 빚을 다 갚은 어느 날 친구에게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는데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쳤으나 지금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간 본성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욕망의 추구는 결국 불행과 고통으로 이어지게 되고, 평생을 시선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가짜 목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친구보다 애당초 허영심으로 목걸이를 빌리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나 자신의 즐거움이 먼저였다면, 가진 것에 감사하며 충만하게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족도 그레고르도 그것(헌신)이 모두 습관이 되어
돈을 받는 쪽의 감정과 내놓은 쪽의 호기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거기에는 이미 훈훈한 정이 담긴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변신>p526
프란츠 카프카의<변신>은 좀 더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란 무엇인지,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등등. 주인공은 자고 일어나 보니 벌레로 변해 있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경험은 현실 그 자체다. 가족의 부양에 헌신했던 주인공이 벌레가 되자, 그로 인해 사회적 능력이 없어지자 가족에게 혐오와 무시를 당하게 되고, 끝내는 버림받게 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주인공의 헌신을 당연한 권리인 줄 아는 가족과 벌레가 되어서도 의무를 다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은 경제력이 인간의 가치를 말해주는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족을 위한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 경제적 무능력자는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인가 등등 온갖 질문들이 아우성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