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식동물을 닮아서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 ㅣ 삐(BB) 시리즈
키미앤일이 지음 / 니들북 / 2021년 6월

유행에 편승하는 기분으로 채식지향인을 흉내 낸지 2년쯤 된다. 줏대 없는 식습관이자 보여주기 식 허영에 가깝지만 조금씩 외식에서 고기가 빠지고 혼돈의 시간을 지나 채식주의자에 가깝게 다가섰다. 머지않아 비건을 흉내 낼 것도 같다. 지금을 비건 생활자의 준비단계로 믿는다.

작가도 이런 시기를 거쳐 비건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영양불균형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얻었다.

 “단백질” 이것은 식습관의 문제이지 채식의 문제가 아님을... 영양불균형은 육식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단백질=고기, 이는 ‘최초 이미지 효과’라고 작가는 말했다. 

1914년 실험실 쥐를 대상으로 수행된 결과로 이 실험이 인간에게 미치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쏟아졌지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귀리, 현미 같은 곡물에 단백질 함유량이 고기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채소와 나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논리는 타당했다. 풀만 먹는 소나 말의 근육을 예로 들었는데, 우리는 풀을 먹여 키운 소의 살점을 먹고 있었다.

작가는 비건을 사랑이라 말했다.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 비건을 하는 자기중심적인 행위가 아니라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한다고 강조하며 진열장속 붉은 고기에 대한 애처로움을 뜨겁게 표현했다.

우리는 자동차보다 ‘사육되고 있는 소’가 더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상에 산다. 잘은 모르지만 육류소비를 줄이는 캠페인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한다. 신념을 가진 환경운동가는 모두 ‘채식주의자’라는 말도 놀랍다. 

단순히 음식하나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는 일이라면 한번쯤 해 볼만 하지 않을까. 책의 말미에는 “그럼에도 고기가 너무 좋다면 먹어야지 먹으면 된다. 다만 소비량을 줄여 가면 된다. 처음에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썼다. 나아가 집에서 조금씩 구워먹는 것을 추천했다. 이제 나는 그리 하려 애쓰는 사실이 조금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서로를 사랑하며 배운 감정들이 채식에 닿았고 채식은 우리에게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책을 덮으며 곡물의 단백질을 믿고 하루 중 두 끼를 콩과 귀리. 현미. 깨로 만든 미숫가루로 대신했다. 일주일이 지난지금 몸은 가볍고 컨디션도 괜찮고 요리의 번거로움에서도 많이 해방됐다.

당분간 식단을 이런 간편식으로 준비해 비건에 한 발짝 다가서 보기로 했다.)

“건강을 위해서만 하는 채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나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지속시켜 주는 건 결국 동물권에 대한 도덕성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p110

“세상이 변했으니 부모님들 세대와는 다들 거라 생각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먹고살기 바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던 교육과 보살핌을 탓하며 외면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우선은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솔직히 그럴 여유와 그럴 수준은 진작에 갖춰졌다.” p162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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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한 삶

이만하면 충분한 삶 - 일상을 불충분하게 만드는 요구와 욕구를 넘어
헤더 하브릴레스키 지음, 신혜연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일상을 불충분하게 만드는 요구와 욕구를 넘어’

우리는 날 때부터 성공과 행복으로 가기위해 희생당할 것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이는 세상이 하는 거짓말 중 단연최고.

우리 문화가 뿜어내는 은근하고도 광범위한 독을 삼키고 소화하지만 그 고통스러움의 이유는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 지금의 나 자신,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의 진실성에 대해 짚어보길 권한다.

행복해지는 데는 그닥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음을 아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단순한 진실을 계속 상기하면 된다. 불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전문가라는 사회악’ 부제만으로 펀치를 날린 시원한 챕터를 소개한다.

[주변에 자영업자나 교사, 예술가보다 전문가가 더 많다면 세상이 그 기반을 상실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문가가 자아실현이라는 시적인 말로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당신을 유혹해서 가르침이라는 것을 줄때마다. 당신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결점 많은 인간임을 상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실상은 행복이나 내적인 평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는 그저 자아의 옹호자일뿐.

‘우리의 삶 전체가 끔찍한 토크쇼나 다름없게 되었다. 텔레비전처럼 꺼버릴 수도 없다’

‘24시간 내내 지구촌의 외침과 혼란, 가짜 친밀감에 시달린다’ 속지말자

‘마주치는 유명인은 누군가에게 부를 안겨주기 위해 교묘하게 계획된 것’

‘인류는 멍청하지 않다’ 의도는 탄로나게 마련이지.

단순하게 살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잡음을 극복하고 환상을 극복하는 노력. 초조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노력은 꾸준히 연습하고 수시로 체크하고 부러 계획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애정에서조차 마음을 내려놓을 때 그제야 비로소 이만하면 충분한 삶이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죽을때 이만하면 잘 살았어 충분했어 라고 소회를 밝히기보다 살아서 젊어서 이만하면 충분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권태와 게으름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는 함정이 있지만...

자기계발서지만 수필 같은 문장이 읽기 편하다. sns를 들여다보고 낙오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디즈니랜드에 대한 환상이 있는가? 그렇담 특별히 이 책을 권한다. 환상에 속지말자.!!!

[100자평] 퀀텀 마케팅

퀀텀 마케팅 - 한계를 뛰어넘는 마켓 프레임의 대전환
라자 라자만나르 지음,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6월

변화하는 마케팅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머물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퀀텀 마케팅

퀀텀 마케팅 - 한계를 뛰어넘는 마켓 프레임의 대전환
라자 라자만나르 지음,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6월

“라자가 어떻게 비교 불가할 정도의 기더십을 갖추고 있는지는 그의 경험이 말해준다. 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모든 마케팅 활동의 연결을 통해 실적을 이끌어내고 증명하고자 끊임없이 탐구하는 그의 정신을, 모든 마케팅 리더는 본받아야만 한다” -추천사 중-

sns와 스마트폰은 소비자 지형도를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마케터들은 어느때라도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를 갖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원하지 않는다. 돈을 주고 광고를 차단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가지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방식을 원한다. 마케터는 거대한 미로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모두가 마케터인 시대에 한계를 뛰어넘는 마케팅을 논하는 국제기구세계광고주연맹(WFA)회장 ‘라자 라자만나르 (Rajamannar)의 안내서다.

quan•tum

1. 극도의. 갑작스런

2. 고전 이론의 한계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

3. 기존의 한계. 알려진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방법 및 계책

퀀텀은 갑작스런 변화에 새로운 이론으로 응하라는 뜻이다.

‘마케팅을 마케팅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대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을 감지하고 대응할 권리와 의무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AI.로 마케팅을 풍요롭게 하라’ - 인간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는AI를 무기 삼아

‘증강현실,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라’ - 이케아의 앱처럼 흥미로운 접근이 계속되어야 한다.

‘가상현실, 효율성과 영향력을 극대화하라’ - 떠들석한 시작보다 더디게 나아가지만 굉장한 가능성을 보이는 검색 알고리즘을 동원, 나아가 똑똑한 AI에게 놀아나고 있는 기분 나쁨을 좋음으로 바꿔놓을 것을 독자로 소비자로서 강력하게 요청한다.

작가가 권하는 앞으로의 마케팅 중 충성심에 빗댄 결혼생활을 보면

충성심은 로열티에서 파생된다. ‘로열티는 포기하거나 저버리거나 또는 배신하고 싶은 어떤 유혹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신뢰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므로 마케터는 로열티와 친화력. 두 마리토끼를 잡아야 한다. 결혼생활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일종의 사기 행각으로 여긴다. 기만적 전술 없이 성공할 수는 없을까. 우리는 어떤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가. 드디어 알고리즘의 허점을 알려주는 앱이 등장했다고 한다. 마케터가 뚫어야 하는 미로는 더 깊어졌다. 

혼란과 가능성이 판치는 세상에서 똑똑한 사업가와 사기꾼을 구분하고 진실성과 윤리의식을 감정 해내는데 소비자보다 마케터가 우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벽돌두께로 읽기 힘들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타고 만들어진 책이다. 기회는 대전환을 거쳐야 찾아온다. 코로나19도 그중 하나. 곧 기회가 올것이다.

‘데이터 윤리란 책임감 있고 투명하며 공정한 데이터 사용을 말한다.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과 데이터로 해야 하는 일 사이에 괴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기만행위를 알아챈 소비자는 언제나 대안을 찾아 나선다.’ 278p

‘위기 상황에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야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봉사한다면, 좋은 시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충실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293p

quantum marketing

극도의 혼란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지금. 마케팅의 모든 것이 붕괴하고 있다. 이론도 전략도 관행도! 마케팅이 도전받고 있는 지금, 위기 속에서 마케팅을 구하라. ‘멋진 신세계’를 위한 프레임. 퀀텀 마켕티의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발레리나’로 호명당하기보다 ‘발레전공자’로서 보낸 1만 시간의 보편적 이야기. 

발레에 관한 에세이다. 제목마저 특이한 이 책은 발레노동자라서 몸에 새긴 기술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끝까지 가져가기에도 쉽지 않음을 읽기 전부터 직감할 수 있었다.

몸에 맨 매너와 품격으로 무대가 끝난 후에도 최고의 장악력을 지닌 발레의 이면은 특이했다. 

저자는 ‘코르 드 발레’라는 군무무용수의 위치에서, 대단한 테크닉을 자랑하지도 관객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 현실을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력으로 써나갔다. 

재미와 흥미 실패하고 도전하는 사람들, 남자무용수의 애환, 피부색과 레오타드, 포인트 슈즈의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길, 의복으로 발전한 튀튀의 이야기까지 재치 있게 표현했다.

무용수들은 정말 성실 근면이 뼛속까지 차있는 것 같다. 완벽한 스트레칭과 연습 그리고 다이어트.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영역이 발레다. 늘 완벽하려 애쓰는 무용수의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프로의 고단함을 어필한 점도 공감하지만 ‘애는 누가 봐주냐’며 친정엄마의 공을 크게 어필했다. 예술의 전당 공연장에 관객의 자녀를 돌봐주는 놀이방은 있지만 무용수의 자녀를 봐주는 곳은 없다는데, 부디 육아의 비장함이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간절히 원했다.

이 책은 유난히 밑줄이 많다. 찾아보니 이미 여러 권의 전공도서를 출판했고 월간객석과 조선일보에 여러 차례 기고한바 있는 글쟁이였더라. 감성 포인트가 많고 문장력은 힘이 좋다. 

어느 부분을 펼쳐도 ‘훅’ 빠져드는 포인트가 있어 재미도 있다. 발레를 가르치는 부모님도, 취미로 하는 어른도, 권태기가 힘겨운 무용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덮자 절제라는 단어가 가장 강력하게 남았다. 프로가 된다는 건 무서운 절제와 노력이 반드시 동반해야 하는데 노력은 가능해도 절제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발레무용수 그중 군무무용단의 인내와 절제에 깊은 박수를 보낸다.

“혁신이란 나이키 포인트 슈즈 같은 뜬구름이 아니라 그저 갈색 스타킹과 갈색 포인트 슈즈로 갈아 신는것처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레베랑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공과 완성을 찬미하기보다는 노력과 겸손함을 되새기는 일상의 의식이다.”

“레오타드는 엄숙한 의복이다. 매일 입는 것이지만 레오타드만 입는 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골격과 근육과 건, 자세와 정렬과 테크닉을 일말의 분칠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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