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한 밤 중에도 매미가 우렁차게 울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게 되는 날씨다. 이런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서 찾곤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워낙에 스릴러나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열대야를 이겨내는 데에는 시원한 에어컨과 짜릿한 스릴러 소설이 최고인 것 같다. 색다른 느낌의 스릴러 소설을 읽고 싶어하던 찰나, 발견한 소설이 있다. 바로 [무통-죽음을 보는 눈]이라는 책이다.  소재도 정말 특이하고,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무려 70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라서 읽는 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금방 넘어가서 앉은 자리에서 금세 읽게 된 책이다.


  이 소설은 고베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남편, 아내, 어린 두 아이. 일가족 네 명이 정말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마치 종이 상자로 밟아 짓뭉개는 것처럼 처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들.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S사이즈 모자와 XL 사이즈 신발.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열심히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를 가려내지 못한 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면서 두 명의 천재의사가 등장한다. 바로 다메요리 에스케와 시라가미 요지라는 사람이다.
  먼저 다메요리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의사지만, 환자의 겉모습만을 보고도 그 병에 대해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겉모습만으로 병을 알 수 있다는, 그 놀라운 능력을 활용하여 한 모녀를 무차별 살인사건에 휘말릴 위기에서 구출해주게 된다. 그리고 다메요리는 자신이 구출한 나미코에게서 자신이 보살피고 있는 14살 여자아이 환자가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시라가미 또한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메요리와는 다르게 시라가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철저하게 활용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환자의 통증 없는 치료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메요리와 다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연 살인범은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형법 제 39조.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장이다. 이것은 정신장애 등으로 선악을 판별할 수 없는 상태에서 행해는 범죄는 무죄 또는 경미한 죄로 다룬다는 뜻의 법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저 법에는 문제가 많다. 현실에서도 이와 관련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읽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듯 하면서도 책장이 쉽게 넘어가서 좋았으며, 무엇보다 의사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이라 묘사가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 좋았다.(조금 잔인하기는 했지만 ㅎㅎ)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은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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