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문구는 많이 들어보았다. 그래서 익숙하기도 하지만, 들을 때마다 무언가 묵직하게 마음을 울리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그대가 헛되게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그리워 하던 내일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떠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내버린 날에는 스스로 반성하며, 그 말을 떠올린다. 그 말은 나태해진 나를 다잡을때 떠올리는 말이기도 하다.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제목을 봤을 어제, 오늘, 내일이 비슷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을 때, 혹은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프랑스 소설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문학상도 수상했고, 2015년 프랑스 여성 소설 선호도 1위라고 한다. 작가가 직면한 한 가지 문제는 이 첫 소설이 너무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라는 평까지 받았다고 한다!

"허무하거나 사랑을 잃었거나 삶에 실망한 여자 셋이 세계 일주를 떠났다." <남은 생의 첫날>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인생의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스물다섯 살의 카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자연 소멸된 사랑에 아파하는 마흔 살의 마리, 해 질 녘 빛이 희미해지는 6시경에 가장 예쁜 예순 살의 안느. 이 세 사람이 세계 일주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세 사람은 함께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것을 하게 된다. 100일간 배를 타고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 서른 여섯 개의 나라들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여행은 약간 특이한 면이 있다. 다른 유람선 여행과는 차별화된 것이 있는데, 바로 이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혼자여만 한다는 것이다.

안내 책자에 따르면 각양각색의 국적을 가진 천여 명의 사람이 배에 오를 예정이었다. 젊은이들과 조금 덜 젊은 사람들, 더 이상 젊지 않은 사람들,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흥분한 사람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길을 잃은 사람들, 옷을 빼입은 사람들, 무덤덤하고 무표정한 사람들, 수다스러운 사람들, 얼이 빠진 듯한 사람들, 긴장한 사람들……. 수많은 종류의 사람이 배 안을 가득 채웠다.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그들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모두 혼자라는 점이었다. 배에 탄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혼을 했거나, 연인과 헤어졌거나, 미망인이거나, 아내를 잃었거나, 삶에서 좌절한 사람들이었다. 그녀처럼 삶의 항해에서 난파당한 사람들이었다. 이제부터 한 공간에서 생활할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자신처럼 고독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레오와 함께 있을 때 느끼던 감정과는 정반대였다. -26p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정말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도 가보고 싶어졌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얼마나 멋진 일일지 상상만해도 두근거린다. 나이도, 외모도, 성격도 다른 세 사람들이 떠나는 여행에 나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여행을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말 그대로 어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