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여러 가지여서 그것을 일컫는 명칭도 참 많다. 이성의 인간이라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만드는 인간이라고 호모 파베르 (homofaber),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 수렵하며 생활하던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관심이 컸다. 사람은 언제나 지금의 자신을 초월하는 그 무엇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산다. 신비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인간을 ‘호모 렐리기오스(homo religiosus)‘ 곧 종교적 인간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은 종교적 인간이다.
인간은 스스로 한계 지워진 존재여서 자신의 나약함을 아는 순간, 인간에게 종교성이 나타난다. 자신의 유한성을 의식하는 순간이 종교적 인간이 되는 때다. 종교현상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거룩함에는 세 요소가 있다고 했다. 06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는 경험인 신비(mysterium), 타자와의 만남으로 떨리는 경험인 두려움(tremendum), 나와 너무 달라 끌리는 경험인 매혹(fascinosum)이 그것이다. 신비란 인간이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깨달아서 알 수는 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사람이 태어나며 밤하늘의 별이있고 무수한 행성이 광대한 우주를 돌고 있는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비하다.
그는 거룩함이란 ‘두려운 신비(mysterium tremendum)‘에서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