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족의 청제국
마크 C. 엘리엇 지음, 김선민.이훈 옮김 / 푸른역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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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이 자신들의 민족적 특징을 잃게 된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민족 정체성의 변화는 오직 한 가지 방향, 즉 한화化뿐이었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팔기에 들어온 한인들이 만주족 행세를 해서 팔기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인용한 사포 부도통의 말은 이렇다. "이들은 진•짜 만주족과 너무 똑같아서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만주족‘이 될 수 있었고 또 만주족이 되었다는 사실은 청대 민족적 정체성이 가변적이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무엇보다 강희 연간에 시행된 제도적 절충안이 이급 신분에 속한기인들에게 좀더 안정적인 신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때문이었다.

이 글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혈통이 중요한 요소이며, 또 하나는 만주족 혈통이 우선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만주족의 세습적 권리는 집안이나 니루나 심지어 팔기가 다를지언정, 반드시 만주족에게 전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된 관심이 만주족과 몽골족 기인을 지원하는 데 있는 황실의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를 통해 정규 만주족에게 미래의 일자리를 확보해 줌으로써 황실의 미래를 지킬 수도 있었다. 이것은 실제로 심각한 문제였다. 바투의 보고에는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황실 친위대가 모두 만주족화한 한인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황실의 위엄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현상이자 동시에 분명히 위험한 상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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