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하려면 문·사·철(文史哲)은 결국 함께 가야 한다.-7쪽
진리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도록 도와 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편견과 독선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세상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과연 올바른지 고민하고 다른 이들과 이성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더 나은 삶을 지향하도록' 했다.-21쪽
시인들도 ‥ 그분들이 자신의 시 때문에 다른 것들에서도 또한 자기들이 가장 현명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86쪽
제게는 훌륭한 장인들도 시인들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신들의 기술을 잘 다루고 있기에 그들은 다른 중요한 일들에 있어서도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음과 교만이 그분들의 지혜를 가리고 만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신탁을 대신해서 자신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만큼 어리석지도 않은 지금의 내가 나은지, 아니면 그네들처럼 지식은 있지만 어리석은 상태가 나은지를 말입니다. 그러자 저 자신과 신탁에 대해, 저는 지금 이대로의 내가 더 낫다는 대답을 얻었습니다.-87쪽
높은 명성을 누린다고 해서, 많이 배웠다고 해서 곧 존경할 만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란 먼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익은 곡식이 고개를 숙이는 법, '모르는 것을 안다.'는 의미는 '먼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과 비슷하다.-88쪽
우리는 한번 유명세를 타고 나면 이 분야 저 분야 가리지 않고 나와서 '전문가의 견해'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연예인이 광고방송에 나와 의약품은 선전하거나 이공계 분야 교수가 나와서 자신의 전공과는 도무지 상관 없는 정치 분야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는 식이다. 이들이야말로 소크라테스 표현대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만 가졌을 뿐인데도 자기가 다른 분야에서도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89쪽
결국,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자신의 무지함과 한계를 알고 항상 겸허한 마음을 지니라는 뜻이다.-90쪽
실수도 착각도 슬픔도 없는 사람, 과연 그가 '인간다운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현대에는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 대한 반발로 감성과 욕망을 옹호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일고 있다.-92쪽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지혜란 '자신이 무지하며 보잘것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뿐이다. 이 경지에 오른 사람은 겸손해져서 자신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늘 진지하게 고민하며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다.-100쪽
고전은 수천 년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 지혜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전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과 내 문제의식이 맞을 때, 이를테면 고전과 나의 '코드'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고전은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131쪽
'영혼을 올바르게 한다.'고 하는 것은 욕구를 이겨 내고 이성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 곧 이데아에 따라 삶을 꾸려 가는 것을 말한다.-157쪽
절대적인 진리는 절대악을 낳을 뿐이다. 확실히 소크라테스에게는 이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얕잡아 보는 측면이 있다.-159쪽
그가 비판적 지식인을 자처했다면 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라 확실하게 국가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165쪽
이성이 올곧게 인도하는 감정,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호소력 있는 감정'이다.-191쪽
만약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그대들이 올바로 살고 있는지를 따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으신다면, 여러분은 잘못 생각하신 것입니다. 그럴 수는 없으며, 그것은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손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대들 스스로를 최대한 훌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207-208쪽
불완전한 인간존재에게 종교는 논리로는 도저히 해명할 길이 없는 도덕이라는 삶의 한 고리를 자연스레 이어 주고 있다.-218쪽
올바른 길을 찾지 못했다면 열심히 길을 가 봐야 소용이 없다. 철학은 우리에게 주변 여건에 휘둘리지 말고 냉청하게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충고한다.-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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