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북한 난민을 세계화체제의 그늘로 보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주변부는 비슷한 참상을 겪고 있지요. 실제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아프리카는 도처에서 동식물이 멸종하듯이 종족 전체가 사라져가고 있어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마치 한쪽 창문으로만 경치를 바라보고 그쪽으로만 바람을 소통하는 듯합니다. 세계는 더욱 이행기의 혼란 속에 있는데 우리는 언제나 서구 세계의 표피만 보면서 심지어는 그 잣대로 자신을 재고 그에 맞추려 하고 있어요. 세계가 공유하는 '문예사조' 따위는 없습니다. 자신과 한반도의 현재의 삶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것이 작가가 국경이나 국적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시민'이 되는 길입니다. 세계문단이 한국문학에 바라는 것은 바로 그 점입니다. 자신들과 비슷하게 흉내낸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겠지요.-2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