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좀 나오지. 이런 책. 좋구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드는 한국사 유물 열아홉
안민영 지음, 김윤영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5년 7월

이제는 고딩이 되어버려 박물관은 커녕 영화관도 같이 가지 않으려 하는 아들내미 초등학교 때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간적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용과 규모를 익히 아는 터이라 많은 것을 보고 오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무엇부터 보아야할지, 무엇을 보고 느껴야할지 나조차도 감이 오질 않았는데 유희왕카드에 탐닉하는 초딩 아들녀석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겨우 신라 금관의 화려한 장식을 보고 같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그 때 나왔었더라면, 그래서 이 책을 내가 먼저 읽고 갔었더라면 적어도 흥미로운 가이드 역할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었을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보다는 실은 내가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그랬더라면 유희왕 카드의 암호문같은, 그러나 알고보면 빠지게 되는 '몽유도원도'의 배경을 말해주면서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이야기와 그림을 읽게되는 흥미를 조금은 더 가졌을것 같은데 말이다.

그림과 유물이 과거 역사의 살아있는 한 흔적이었음을, 그 때 마음을 졸이던 안평대군이 있었고, 스스로 자신의 눈을 파버릴 만큼 자존심 강한 화가가 그린  게 그림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과거가 현재와 이어져있는 그 강렬한 느낌을 조금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아참 심지어 이 책은 뒤에 그 유물은 집에 있는 비누나 골판지 같은 도구들로 비슷하게 만들어보는 경험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부지런한 엄마들이라면 충분히 같이 할 수 있을 것같다.  이제 고딩이 되어버려 책이라고는 한 줄도 들여다보지 않는 아들녀석을 바라보는 나는 그저 아쉬울 뿐이구나.

태범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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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나는 샌새이다. 샌새이란 말이 왠지 자조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선생이라는 말에서는 왠지 더 자조적인 느낌이 풍기기 때문에 나는 사실 샌새이란 말을 좋아한다.

이러저러한 이유 끝에 나는 30이 좀 넘은 나이에 뒤늦에 샌새이가 되었고, 대가리는 나보다도 굵고 키는 나보다 한참 큰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친다고?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난감해지는 터에 이 소설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히데미같은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매력적인 인물이다. 쿨하다고 하기에는 오히려 솔직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자친구와의 섹스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엄마와 젊은 할머니만 보면 쫓아가다가 결국 넘어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히데미.

나는 내가 왜 이 인물들에게 끌리는 지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솔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이 타인을 오히려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지만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욕망에 충실한 것.

그런 의미에서 히데미 뿐 아니라 그 엄마쪽이 나로서는 더 매력적인 인물이다. 여러모로 근엄한 척 해야 하는 나로서는 뭐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할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