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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샌새이다. 샌새이란 말이 왠지 자조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선생이라는 말에서는 왠지 더 자조적인 느낌이 풍기기 때문에 나는 사실 샌새이란 말을 좋아한다.
이러저러한 이유 끝에 나는 30이 좀 넘은 나이에 뒤늦에 샌새이가 되었고, 대가리는 나보다도 굵고 키는 나보다 한참 큰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친다고?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난감해지는 터에 이 소설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히데미같은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매력적인 인물이다. 쿨하다고 하기에는 오히려 솔직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자친구와의 섹스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엄마와 젊은 할머니만 보면 쫓아가다가 결국 넘어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히데미.
나는 내가 왜 이 인물들에게 끌리는 지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솔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이 타인을 오히려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지만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욕망에 충실한 것.
그런 의미에서 히데미 뿐 아니라 그 엄마쪽이 나로서는 더 매력적인 인물이다. 여러모로 근엄한 척 해야 하는 나로서는 뭐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할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