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앳 미 - 일반판
아네스 자우이 감독, 마릴루 베리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래 전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를 얼마 전에야 DVD로 보게 되었다. 바로 이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인간의 작음 그리고 연약함이다. 그래서 좀 슬프기도 했다. “나를 봐 주세요”라는 영화 제목처럼 애정에 목말라 있지만, 정작 다른 사람은 따뜻하게 바라볼 줄 모르는 어리석고, 연약한 인간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건 나 자신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따뜻한 애정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의 사랑이나 성공, 행복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배경이나 권력을 이용하려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는 롤리타, 하지만 그 또한 그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남자들을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배경을 보고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들에 대한 남자에 대한 환멸로 끝나고 말지만 말이다.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사랑을 얻고 싶은 그녀는 이러한 사랑이 결국 위선에 바탕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랑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위선에 바탕한 사랑이라도 자신에게는 절실한 것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롤리타의 아버지 카사드 조차도 자신의 부인이 떠났을 때는 침대에 앉아 눈물을 훔치는 연약한 개인일 뿐이다. 딸이나 아내에게 애정을 표시할 줄 모르고, 타인에게 거만한 그 조차도 애정 없이는 살 수 없 유약한 인간이라는 아이러니. 고상해보이는 음악 선생인 실비아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롤리타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을 통해 카사드와 만나지만 (물론 그녀는 전부터 카사드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권력에 비굴하고, 돈에 눈 멀어버린 남편일 뿐이다. 롤리타와 함께 파티에 가서 낯선 남자와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한편으로 얼마나 애정에 목말라 있는지 보여준다. 롤리타의 새엄마 카린이나 실비아의 엄마 에디뜨도 비슷하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을 보여줄 줄 아는 인물은 롤리타(타인)의 우연한 배려(술에 취에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자신의 옷을 덮어주는)를 받은 세바스티앙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 관심[의 시선]을 상징하는 것은 롤리타가 아빠인 카사드에게 녹음해 준 슈베르트 곡의 테입이다. 하지만 카사드는 끝내 그 테입을 외면한다. 내 가까운 사람들이 내게 주는 상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들에게 주는 상처는 너무나 쉽게 지나쳐버리는 현실. 자신은 타인의 애정을 필요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상처만 주는 상처의 연쇄고리. 나를 들여다보고, 타인을 바라보면 그들 또한 나처럼 연약한 하나의 인간에 불과한 것을... 이토록 가련한 인간인 것을... 눈을 뜨고 있지만 진심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인 것을... 상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결국 작은 관심/배려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에서 실비아가 잠든 집안에 롤리타의 노래를 틀어놓고 떠나는 것도, 롤리타가 아버지를 통해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준 카린에게 사과를 전하는 것도, 또 그녀가 자신의 말 때문에 상처 입은 세바스티앙을 떠올리고 그를 ?아가 처음처럼 옷을 덮어주는 것도 감독의 그런 메시지가 담긴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 이 영화를 추천해 주신 분은 나의 선생님이셨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얘기하셨었다. 베르디의 돈 카를로의 베스가 부르는 필립2세의 독백, 몬테베르디, 슈베르트 노래 등은 귀를 맑게 해준다. 특히 시골 교회에서 불려지는 노래들과, 마지막 장면에서 어두운 시골길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음악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마음과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당시 선생님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슈베르트의 가곡 ‘An die Musik’을 적어 보내주셨다. 요즘 나는 이안 보스트리지의 음성으로 종종 이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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