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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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글은 처음 단편을 봤을 때부터 끌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녀의 글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유희를 느끼게 하는 장난꾼은 성석제인데, 김애란의 글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말’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나는 그녀의 웃음 코드가 좋고, 그래서 이번 장편에서도 빵빵 터지며 웃었다. 다른 하나는 그녀의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나는 그녀의 글에서 내가 살아왔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삶들을 발견한다(나와 그녀가 비슷한 나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내가 경험한 사실과 감정들이 그녀의 글로 고스란히 재현될 때, 삶이란 생각보다 다른 사람과 많은 공통분모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대하는 작가로 생각하고, 이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보다 깊게 삶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에 이번 소설을 접했다. 이번 장편은 과거의 단편들보다 조금 더 깊은 문제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내 기대가 엇나가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폭력성과 무관심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니?”라고 질문하는 작가 언니의 질문은 이것을 대변한다. 이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황씨 아저씨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니들 눈엔 우리가 다 늙은 사람으로 보이지? 우리 눈엔 너희가 다 늙을 사람으로 보인다!”라는 말이다. “늙음에 데인 것처럼” 놀라고 혐오스러워 하지만, 정작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늙고 병든 “장애인”이 된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름이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신이 원망스럽지 않냐는 말에 아름이는 “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건 정말 어려운 길 같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히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작가는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란 부모의 헌신적인 돌봄에 의존하며 살아온 삶이다. 내 스스로 나의 능력을 가지고 이렇게 자라온 것이 아니라 아낌 없는 사랑과 돌봄에 의지하며 우리가 커 왔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름이를 통해 따뜻함과 희망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내 마음이 날아 당신 근처까지 갔으면 좋겠다”라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뭇가지를 잔잔하게 흔드는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내게도 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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