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잠을 양보할 재밌는 소설을 발견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삶에서 모처럼 무엇엔가 오랫동안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은 마치 가슴 속에 있는 앨범을 꺼내보는 것처럼 흐뭇한 일이다.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의 기쁨은 대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남아 있길 마련이라서 다시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야만 호르몬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늘진 면이 있듯 단점도 있다. 책장을 다 덮어버렸을 때의 허무함이란, 그 즐거움만큼이나 크다. 소설 속의 삶 속으로 들어가 잠시 일상을 떠나 있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내 삶은 다소 낯선 느낌과 허망함을 불러온다. 그러나 그 일상이 오늘처럼 공허한 장소에서 의미 없는 웃음이나 만남을 가져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책에 달려있는 많은 리뷰들을 그만큼 책에 대해 느끼는 공감을 표현하는 것일 게다. 어떤 책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각자가 너무나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세상 속에서는 또 비슷한 감정의 고리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걸 잘 잡아내는 것이 작가의 힘일테고. 그런 면에서 폴 오스터는 능력 있는 작가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그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왠지 그의 글은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책 속의 책이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하여’이고, 이 책의 제목 또한 어리석은 일들(follies)인 것처럼 살면서 어리석은 일들을 행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고, 그런 점에서 그러한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데 필요한 것이 인간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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