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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ㅣ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평점 :
<국민의 85%가 국가기관인 주택개발청에서 지은 공공주택에서 낮은 임대료로 평생 살 수 있는 나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때도 그 지역의 비어있는 공공주택을 골라 입주할 수 있는 나라. 15%는 민간주택에서 살지만, 민간주택의 소유권도 공공주택과 마찬가지로 99년이 한도라 상속의 의미가 없는 나라. 건물은 소유할 수 있지만 땅은 공공의 것이라 소유할 수 없는 나라. 그래서 부동산투기가 전혀 없는 나라>
어느 사회주의 나라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동남아의 자본주의 나라, 한 때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이다.
그럼 이 나라는 어디일까?
<한 사람이 주택 1,083채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 100만 채 이상의 집이 남아돌고 있는데 162만 명이 (반)지하ㆍ옥탑방이나 비닐하우스ㆍ판잣집ㆍ쪽박ㆍ동굴에서 살고 있는 나라. 주택보급율은 100%를 넘어 섰는데 국민 절반이 자기 집이 없는 나라. 1963년 땅값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 45년 만에 수도의 땅값이 1,176배 오른 부동산 투기의 나라>
이미 눈치 챘겠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손낙구(전 민주노총 대변인, 심상정 의원 보좌관)씨가 쓴 <부동산 계급사회>를 읽으면 분통터지는 통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자세한 통계에 혀를 차다보면, 지난 4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부동산 통계를 조사ㆍ작성하는데 썼다는 저자의 노동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땅값은 1965년 즈음부터 4차례의 폭등기를 거쳤고, 그 가격차가 앞에 언급한대로 서울의 경우 1,176배가 된다. 잠시 멈추었다 10년 주기로 또 오르고, 또 머뭇거리다 10년 정도 되면 또 오르는 것을 반복하면서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땅을 팔면 100배나 넓은 캐나다를 6번 살 수 있고, 프랑스를 9번 살 수 있다. 사유지 기준 국토의 74%를 5.5%의 땅 부자가 소유하고 있다. 현대판 99칸 양반집이라 할 99평 이상 아파트도 290채나 되고, 제일 비싼 집은 공시가격 96억(시가 120억)의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자택이다.
강부자 내각답게 우리나라 공직자 중 부동산재산 종합 1등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땅 12억 9천만원, 건물 369억원으로 총 381억 9천만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다.
저자는 부동산 재산 정도에 따라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른바 부동산 계급사회다.
어림짐작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재산에 따른 학력, 수명, 임금, 동네환경까지 조사해서 통계로 제시하고 있다. 5년간 234개 시군구별 땅값과 사망률을 통계로 비교해 본 결과 땅값이 많이 오른 곳일수록 사망률이 낮고, 땅값이 적게 오른 곳일수록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책이 현실만 성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 나름대로 고심하여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
먼저 ①주택계급별 맞춤형 주택 정책을 펴라고 한다. 다주택 소유자에게는 택지국유화ㆍ보유세ㆍ임대소득세를 강화하고, 무주택자에게는 내집마련지원대책ㆍ전월세안정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땅의 소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②단계별로 택지를 국유화하자고도 한다.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매년 30~40조의 영구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택지를 국유화할 경우 5년 안에 전체 택지의 20%를 국유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ㆍ싱가포르는 국토의 80% 이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대만 69%, 스웨덴 40%, 심지어 미국조차 국토 절반이상이 국가 소유다.
③공공주택 공급 ④부동산 특권 폐지(건설 재벌이 누리는 아파트 선분양제와 분양 원가 비공개 등) ⑤전월세 계약기간 10년으로 연장, 인상률 5% 제한, 보증금 안 떼이도록 최우선변제금 4천만원으로 인상 ⑥지하방ㆍ옥탑방ㆍ비닐하우스 등 탈출정책 등의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부동산투기를 다소나마 억제시켰던 종부세마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종부세 개악을 주도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부동산 부자 공직자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물 건너간 듯 보이는 한반도대운하를 기필코 실현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대운하 옆 땅들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매일 세계를 뒤흔드는 미국발 금융위기 뉴스가 전해지고 있는데도, 그 위기의 원인이 부동산투기 때문이었는데도 말이다. 한 치 앞이 어찌 되든, 나라가 어찌 되든 상관없는 나라님 네들이다. 당장 자기들 세금 줄어들고, 당장 자기 땅 값 오르면 그만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우유에 멜라민을 탄 놈들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나라경제를 말아먹을 놈들이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