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런 선생님이 있다.
삶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모르는 시절, 그 삶의 길목을 잡아주던 선생님.
소설 <완득이>의 담임 '똥주'같은.
카바레 바람잡이 일을 하던  난장이 아버지, 그런 남편이 부끄러웠고 이해하기 힘들었던-그래서 완득이가 젖떼자말자 집을 나갔던 베트남 출신 어머니, 말더듬이 정신지체 민구 삼촌...
부모를 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세상이 빛나지만도 않았던.. 그래서 점점 과묵해졌던, 타인에게 무심해졌던, 맘껏 울지도 못했던, 맘껏 기쁘지도 않았던... 그런 완득이에게 웃음을, 울음을, 감정을 표출하게끔, 사랑을 느끼게끔, 이해하게끔.... 가르치지 않으나 깨우치게 해주었던 선생님.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똥주 선생 : "너 말이야. 사실이 그런 건 그냥 그렇다고 말해버리는 게 속 편하다."
완득이 :     " 무슨 사실이요?"
똥주 선생 :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 가지고 계속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하면 돼. 니가 속에 숨겨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완득이 :    "뭐가요!"

똥주 선생 : "그 '뭐' 말이야, 새끼야. 니 나이 때는 그 뭐가 좆나게 쪽팔린데,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난장이인 아버지는, 평생 '장애'란 말 앞에서 어깨가 쪼그라들었다. 적응되지 않는 '상처'였다.
완득이는 다를 것이다. 같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그냥 그런 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하면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으니까.
17년 만에 만난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누군가 앞에서 '제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1박 2일 출장을 마치고 밤 2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는데, 낮에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첫 장을 들출 때까지만 해도 다 읽고 잘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는 속도감, 유쾌함... 너무 재미있었다.
소설가 김려령... 처음 듣는 이름. 이 여자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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