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640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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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서운 이야기는 1999년 등단 이후 27년 차에 접어든 시인이 마침내 꺼내놓은, 내면 깊숙한 곳의 서늘하고도 절박한 고백입니다. 직전 시집에서 '심부름꾼 k'의 바구니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건넸던 시인은, 이제 그 바구니 맨 밑바닥에 끝까지 남아 있던 서늘한 감각들을 50편의 시로 엮어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감정은 '공포'입니다. 체온을 웃도는 끔찍한 폭서와 이상기후, 끝을 알 수 없는 전염병과 파국 등 작금의 현실은 마치 한 편의 재난 영화 같습니다. 시인은 폭풍 속 촛불처럼 자신을 휩쓸어버리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 시를 쓸 수 없는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무거운 짓눌림은 역설적이게도 "스프링처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절박한 '사랑'의 감정을 솟구치게 합니다.


시인은 도피처로서 '제2의 지구'를 상상하는 손쉬운 낙관을 경계합니다. 만약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이 마지막 지구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파국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지프스가 피할 수 없는 바위를 계속해서 굴려야 하듯, 도망치지 않고 지금의 상처 난 지구를 똑바로 응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상상력과 다른 미래가 열린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더 길고 가혹해질 여름을 짐작하며, 미래에 남겨질 아이들에게 띄우는 시인의 애틋한 편지와도 같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기후 위기와 재난의 시대 속에서,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않고 기어코 사랑과 용기를 얽어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묵직한 시집을 추천합니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결코 나누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의 단단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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