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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세트 - 전2권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평점 :
한국 현대 시사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최승자 시인의 47년 시력을 망라한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979년 등단 이후 치열하게 쓰인 여덟 권의 시집 속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후배 여성 시인 9명이 91편의 시를 직접 큐레이션 해 묶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시선집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20대 청춘의 외로움부터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다던 서른 살의 절망, 그리고 마흔의 아득함까지 인생의 굽이마다 시인이 남긴 처절한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밟게 됩니다. 무너지고 부서지는 생의 민낯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한 끝에 건져 올린 시어들은 상처 난 마음을 알싸하게 소독해 주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진은영 시인이 해설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완벽한 구원을 믿기보다 절망적인 순간에 최승자의 시구 곁으로 기어가 위안을 얻곤 하니까요.
특히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며 현실의 밥과 고통을 인정하며 빚어낸 사랑의 정공법은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삶의 허기와 결핍 속에서도 일촉즉발의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있음을 벅차게 실감하고 싶은 분들께, 이 뜨겁고 펄펄 끓는 시선집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