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아시스
김채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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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의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는 상실과 희망이 교차하는 섬세한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삶의 예측 불가능한 상실 속에서 인물들은 무너지지 않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들의 이야기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그 곁을 맴도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표제작 「서울 오아시스」는 병원에 입원한 엄마와 세상을 떠난 삼촌을 떠올리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간다. 화자는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과거 삼촌과 나눈 대화나 엄마와 만든 비밀 암호 같은 사소한 기억이 애도의 방식이 된다. 좋은 날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며, 계속될 수 없는 순간들의 덧없음과 동시에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상실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에서는 친구를 떠나보낸 인물들이 감정을 격렬하게 쏟아내지 않는다. 대신 함께 걷고, 먹고, 대화를 나누며 빈자리를 감싸듯 애도한다. 「쓸 수 있는 대답」의 주인공 역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방황하지만,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간다.


김채원의 문장은 담담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반복적인 리듬과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꿈처럼 느껴지는 문장 속에서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 소설집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상실과 그것을 견디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슬픔을 온전히 껴안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상실의 세계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낸 서울 오아시스는 오랫동안 곱씹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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