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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사라졌다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4월
평점 :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을 감춘 친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전작들에서 작가가 보여주었던 경쾌한 액션과 유머러스한 대화는 그대로다. 주인공 미나가타는 유키라는 인물에게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미나가타는 사립탐정이 아닌 그저 대학생이지만, 과거 불의에 맞선 전설과도 같은 사건을 알고 있는 유키가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주인공은 사라진 유토의 흔적을 쫓으며 그가 왜 사라져야만 했는지, 그의 시간 속에 어떤 균열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이 과정은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소외와 관계의 허상을 파고든다.
가네시로 카즈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심각함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재일교포로서 겪는 차별이라는 소재는 과도한 비극으로 흐르기 쉽지만, 그는 전작에서 이를 쿨한 농담과 감각적인 묘사로 치환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소설에서도 변주된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 행위는 그저 인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속 속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여정으로 읽힌다.
국적이나 혈통 같은 주어진 것들에 의해 규정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한 가치를 믿고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차별을 넘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고독과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일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작가 특유의 문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다시금 나의 20대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 그의 책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맞지 않아 괴로워하던 우리에게 그가 틀 밖으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는, 오히려 더 재미있는 세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소설 『친구가 사라졌다』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속도에 맞춰 영혼 없이 걷고 있는가?
작가의 유쾌한 문장 뒤에 숨겨진 이 묵직한 질문은 무뎌진 나의 감각을 다시 깨워주었다. 사라진 친구는 어쩌면 타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스스로 지워버린 열정이나 순수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레볼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를 읽으며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바로 그 책에서 등장한 더 좀비스가 다시 등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작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명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서사를 좋아한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해도 좋은 책이니까.
20대를 함께해 주었던 그의 문장들이, 이제는 삶의 무게를 아는 어른이 된 나에게 또 다른 위로로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가 계속 글을 써주길 바랄 뿐이다. 좀 더 자주.
*서평단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