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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탐정 홍조이 2 - 삼짇날 꽃놀이 사건과 탐정 홍조이의 활약 ㅣ 책 읽는 샤미 25
신은경 지음, 휘요 그림 / 이지북 / 2025년 4월
평점 :
여자가 글을 아는 것만으로도 비웃음을 사던 조선 시대. 양반가 딸들조차 고유한 이름보다 ‘조이(召史)’라는 흔한 이름을 쓰던 세상. 글 읽는 걸 너무 사랑해서 “공부로 사내들을 이길 자신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녀 홍조이. 어느 날 집안이 역모 사건에 휘말리며 무너지고, 조이는 좌포청 관비가 된다. ‘다모(조선의 여성 형사)’ 분이를 만나 새로운 꿈을 꾸며, 본격적으로 명(랑) 탐정의 길을 걷게 된다.
1권에서는 ‘검은 말 도적단‘의 진실에 접근하며 탐정 홍조이가 탄생하고,
2권에서는 ’삼짇날 꽃 놀이 사건’을 통해 다시 시작되는 조이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추리 덕분에 책 두 권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조이는 허당기 있고, 실수도 하고, 가끔 너무 솔직하지만
그 솔직함과 공감 능력이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힘이 된다.
게다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시대의 차별, 신분의 벽, 여성에게 주어진 한계와 같은 묵직한 고민들이 드러나면서, 초등 고학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1권은 조선이라는 생존 난이도 높은 시대를 배경으로, 위기에 빠진 소녀가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2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위험을 무릅쓰며 본격적인 탐정으로 레벨업하는 성장물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풋풋한 로맨스와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재미를 더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서 풀어낸 역사 추리 동화이지만, ‘명랑함’이 사건을 결코 가볍게 만들지 않는 책이다. 여자라서, 노비라서, 서자라서… 시대가 붙여놓은 꼬리표들 속에서 각자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고 버티는지 보여주는 서사가 꽤 뭉클하다. 명랑하지만 절대 바보가 아닌 탐정, 따뜻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모른척하지 않는 주인공이 어른 독자마저도 빠져들게 한다.
신분은 빼앗겨도 생각하는 힘은 빼앗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홍조이. 조이는 처한 환경 때문에 주저앉는 대신, 오히려 더 주변을 잘 보게 되고, 그 관찰이 결국 진실에 닿게 한다. 아이도 어른도 빠져들게 만드는 이 책은 읽고 난 후 아이와 대화해 볼 주제들이 많아 정말 알차다. 동화라고 만만히 봤다가 푹 빠져 읽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 꼭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권한다!
*서평단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