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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
이승화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한 마디로, 숏폼 시대, 생각 근육을 다시 키우는 문해력 코칭 책이다.
그리고 소감 역시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말 재미있다는 것!
소셜 미디어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문해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최근 화두가 된 문해력 사례들을 통해 어원과 관련 표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핵심을 정리해 주는 ‘매듭짓기 이것만은 꼭!’과 낭독, 필사, 도식화, 독서모임 활동을 돕는 ‘도파민 쉼터’를 통해 단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로 따라 해 볼 수 있는 친절한 문해력 워크북과 같은 책이다.
부제인 ‘숏폼의 시대, 미디어로 배우는 청소년 문해력 향상법’에서 유추할 수 있듯, 화제가 된 숏폼, 밈, 유행어 및 영화, 예능 프로그램, 광고 등을 교재와 예시로 사용해 친근함과 동시에 흥미를 높였다.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잔소리하는 어른 책이 아니라, ‘익숙한 콘텐츠로 재미있게 배우는 문해력 수업’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된 책이다.
도파민 세대, 한마디로 짧고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세대. 스크롤 한 번이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수 있고, 2시간 러닝타임의 영화도 5분 이내의 요약 영상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레 긴 문장을 차분히 음미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경험을 할 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저자는 이러한 환경이 집중력 저하 문제를 넘어, 의미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상대의 의도를 읽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한다. 글을 끝까지 읽지 않고, 제목과 썸네일만 보고 판단하는 습관이 오해, 과잉반응, 감정적 댓글 문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현상을 짚어낸다.
서울 근교, 혼숙 금지 등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제 오독, 오해 사례들을 예시로 어휘의 어원, 관련 표현, 사회적 맥락까지 확장해 설명한다. 웃픈 사례로 문제 인식 ➡️ 어휘, 어원, 배경지식 학습 ➡️ 말하기, 쓰기 연습을 통해 어휘 학습을 돕는 친절한 코칭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어원이 있는데, 바로 ‘미역국을 먹다’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낙방한다는 속설 때문에 미역국은 시험날 금기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미끄러운 미역의 촉감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오해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 아이를 낳으면 산모 건강을 위해 미역국을 먹는 풍속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어요. 아이를 낳는다는 말을 한자로 해산(解産)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일제 침략자들로 인해 1907년 조선 군대가 강제를 흩어지며 해산(解散)되고 맙니다. 굉장히 굴욕적인 순간이었어요. 그때 ‘해산’이 소리가 같다는 이유로 ‘미역국을 먹는 행위’와 ‘강제로 흩어짐’의 의미가 연결되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피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미역국을 먹다’가 실패, 탈락, 떨어짐의 의미도 갖게 되었죠. 𝑝97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문해력은 미래를 살아갈 힘’이라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쓰는 힘이 결국 모든 영역의 기반이라는 것. 문해력은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문제해결력과 같다.
이 책은 가볍게 펼쳐서, 깊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광고, 밈 같은 예시들로 친근하게 접근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오해 포인트, 숨은 의도, 어휘의 정확한 뜻을 함께 파헤친다. 그래서 학습이라는 부담보다는 “어? 이거 재밌네. 다음 내용은 뭐지?” 하며 경쾌하게 다음 장을 넘길 수 있게 한다.
도파민 시대. 숏폼을 없앨 수 없다면 그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하면서, 문해력을 시험 점수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하고 나를 표현하는 힘으로서 접근하게 도와줄 것이다.
*서평단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