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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수세미와 안수타이 ㅣ 샘터어린이문고 82
강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샘터사 / 2025년 2월
평점 :
개성 넘치는 은빛 머리카락의 아이가 표지에서 반짝 빛난다. 이야기의 주인공 모윤서다.
모윤서의 헤어스타일은 삐죽삐죽 독특하다. 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보탤 정도로 어딜 가나 눈에 띄는 헤어스타일. 어른들은 멋진 펌이라며 웃어주지만, 같은 반 아이들은 철 수세미 같다고 놀려댄다. 심지어 어떤 아이의 부모는 윤서의 헤어스타일은 방치되고 학대받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펌도 아니고, 그저 타고난 자연산 머리라는 것.
‘엉킴털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아이 모윤서의 성장 이야기다. 아인슈타인도 앓았다는 희귀병은 ‘유리섬유 모발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데, 빗질을 해도 머리카락이 눕지 않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병이다. 모낭 기형으로 인해 마치 엉켜 있는 철 수세미처럼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거칠게 자란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모발을 가진 아이라니, 어딜 가나 눈에 띌 수밖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그리고 자기만의 개성을 발휘하라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막상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모를 보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친해져야 할 대상과 기피해야 할 대상까지 분류해버린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잔소리를 퍼붓고, ‘남들‘을 잣대로 수시로 비교하며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다.
결국 ’다르다’는 것은 고유한 개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잘못된 것,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어 쉽게 놀림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독일에서 살다 온 친구가 윤서의 머리를 보고는 안수타이(아인슈타인) 같다고 말해주지만, 이마저 놀림으로 들리는 윤서에게는 또 다른 상처를 더할 뿐이다.
윤서의 고민을 덜어주려 엄마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윤서는 철 수세미에서 반짝거림을 발견하고, 스스로 컴플렉스를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컴플렉스를 극복해간다. 컴플렉스 가득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씩씩하고 다부진 윤서의 행동에 흐뭇해졌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어린 윤서가 어른인 나에게 다시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어른이 되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서평단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