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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딸의 백팔배 -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 ㅣ 파도문고
이정은 지음 / 온다프레스 / 2026년 8월
평점 :
책 제목이 어머나, <목사 딸의 백팔배>라니, 제목부터가 어? 이거? 안 읽어볼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최현숙 선생님은 “유쾌하고 아름답고 치열한 아버지 살해 과정”이라 추천사를 쓰고, 이라영 선생님은 “세계를 이해하면서 깨부수는, 수행에 가까운 투쟁”이라 쓰시니 어찌 책을 펼치지 않겠는가. ‘목사’ ‘딸’이라 하니, 진득헌 종교관 아래 자라온, 그러니까 아버지 말씀, 곧 남성중심적 세계관에서 딸이자 여성으로 살아온 이의 굳건했거나 혹은 흔들렸던 체계에 대한 책일까? 책을 받기 전, 혼자 이런저런 상상의 시간이 있었다. 물론 책은 내 상상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우선 저자는 “목사 딸”이었으나, 신학과는 다른 “종교학”을 공부했기에 전공 자체에서부터 불교를 접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백팔배가 뜬금없지 않는 것이다.
아, 초반부가 읽기가 너무 괴로웠다. 신실한 개신교인이자 목사, 신앙인으로만 볼 수도 있겠으나 어린 시절의 자녀들에게 그것은 학대이고 폭력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목사도 아닌 평범한 교인이었지만, 나의 엄마 역시 교회에 열심이었던 터라 주일에 교회를 안 가면 매를 맞으며 혼이 났던 나의 이야기는 비할 바가 없는 갑갑함의 이야기였다. 물론 부모를 따라 자녀 역시 의심없는 종교인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 안에는 조금도 다른 질문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은 듯하고, 자유가 없었다. 그뿐 아니라, 그도 썼듯 여느 종교인보다는 한국 사회 내에서 ‘이단’이라 칭해졌던 일부 종교에서 ‘탈’한 이들의 경험•고백과도 흡사했던 것이다.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 속에서. 그것은 어린 아이가 감내해야할 것이 너무 단단하고 거대해 보여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는, 기어이, “돌아버릴 열정으로 나의 길을 내기로”, 결심했다(아, 다같이 박수!👏). 우여곡절이 넘치고 쉽진 않지만, 그는 “더 이상 '부모의 죄를 묻지 않기로” 하고 “어쩌면 그것을 묻고자 기 억했을 수많은 세세한 이야기 또한 '나'를 재기입하고 재수행하는데 사용하기로” 한다. 커피도 안 마시던 사람이, 화장도 염샏도 전혀 하지 않고 복종하던 사람이 “아름다울” 타투도 한다. 또다른 엄격함이 자리잡을지 모르지만, 타인의 것이 아닌 자신의 고민과 선택들 속에서 이어지는 자기 배려, 자기 돌봄의 시간이 그에게 앞으로 잘 이어지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목사 딸의 백팔배>, 이정은, 온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