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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해 닳은 사랑
히코로히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평점 :
서평단 덕에 첫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이런, 뭐랄까… ‘작정하고’ 연애 연애인, 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그것도 일본 소설이라니! 추천사를 쓴 요시모토 바나나도, ‘시마세 연야문학상’을 받은 저자와 같이 이 상을 이미 받은 에쿠니 가오리도 좋아하는/좋아했던 일본 소설가이다. 특히나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세계관을 사랑했다. <닿지 못해 닳은 사랑>은 엄청나게 드라마틱하거나 로맨틱한 이야기들이 있는 것은 아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 인생에서 대체로 연애란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공감되기도 하고, 찌르르- 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새 좀 생경해진 감각에 담겨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맞아, 그랬지. 하나만의 감각만이 아니라 정말 그라데이션 같은 색감과 감정이 존재하는 게 우리네 연애였지.
<닿지 못해 닳은 사랑>, 히코로히 지음, 문예춘추사
p12 화를 내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웠다. 그를 이해 하려 애쓰는 데도 지쳤고,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도 포기했다. 내 속에서 리쿠에 대한 감정 한 조각이 또 뚝 부러져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부러져나가는 감정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부러져야 완전히 사라질까. 그리고 이미 이만큼 부러진 이상, 정체 모를 ’이것‘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나는 깨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