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말 찾기
홍승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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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홍승은 작가의 네 번째 단독 저서, <숨은 말 찾기>를 읽었다.
그의 첫 책인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가 나왔을 때, 그 책을 읽고 위로와 용기를 받으며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함께 글쓰기 시간을 가졌었고, 나는 그때 그가 쓴 글로 나도 빚을 지고, 빛을 나누고 있다고 그의 두 번째 책을 읽고 쓴 글에 기록해두었다. ‘바지런히 누군가의 사유와 언어를 읽고, 타인의 흔적을 만난 어떤 사람’인 홍승은의 네 번째 책에는 그 후 다양한 강연 공간과 길 위를 오가며 전해 온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눈 말과 연대에 대해, 고민한 생각과 책임에 대해 담겨 있는 듯 했다. “당신과 내 안에 숨은 ‘아직 하지 않은 말’을 찾아서” 홍승은이 “건네는 숨은 말을 찾기 위한 용기의 이야기”가 <숨은 말 찾기>에 참 따소롬하게도 담겨 있다.
‘숨기와 드러내기, 외면하기와 응시하기, 침묵하기와 말하기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하는 그가 낯선 문장들 앞에 용기 내어 서고, 말하고, 글을 쓴 건 왜일까. 그가 쓴 문장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편견을 먹고 자라는 성장 위주의 언어가 아닌, 편견을 해체하고 세계를 돌보는 언어. 배제가 아닌 연대의 언어. 나를 자유롭게 한 언어.”에 대해 그는 자신뿐 아니라 사랑을 담아 다정스럽게도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어서. 때론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지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건 그렇게 닿길 바라는 이야기들이 존재하여서. “함께 자유해요”라며 그가 건네는 이야기는 그의 다양한 경험, 그 속을 견디며 분투해온 저항, 그 저항이 연결되어 만난 용기와 연대를 나 혼자의 몫으로 끌어안고 숨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내어놓고 손 내미는 행위로 내게로 닿았다.
“자연스럽게 권력을 누리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 판을 치고 협소한 ‘정상성’이란 권력을 쥐고 있는 세상에서 “‘시민’에서 배제된 자”들이 강철 같은 벽을 부수고, 외치고, 함께 만들어 온 파열음과 “그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불편한 언어를 들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불편해서 무해한 말들, 불편해서 나를 우리로 확장하는 말들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나고, 깊이 사유하고 확장해온 홍승은이 건네는 치열한 고민이 담긴 말들은 무해하지만,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그의 글과 말은 내게도 분명 용기로 존재했고, 그리하여 나 역시 그에게 용기가 되는 작은 연결로 지금-여기에 존재하고 싶어진다.
아, 그리고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정말 잘 읽힌다는 것이다. 매우 잘 읽혔고, 연결의 이야기들이 좋았다. 물론 잘 읽히는 만큼 정말 자주 멈추게 되었다. 말이 지나간 자리의 기록을 읽으며 곰곰 생각을 하고, 울컥하는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책을 덮고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곤 했다. 말하기와 쓰기, 읽기는 이것들을 가능케 한다. 자신을 향한 무수한 오해와 편견의 말들, ‘그 파편이 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일상을 단단히’ 잡고 ‘매일 하루를 살아낸’ 그가 고맙다.
차별에 균열을 내면서도 사랑을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러한 작가가 존재하는 세상에는 충실한 독자와 읽기의 사람도 필요하다. 나는 기꺼이 그에게 그런 지지자가 되려 한다. 독자의 읽기의 시간에서 그 독자 역시 그 속에서 ‘숨은 말’을 찾고 자신의 몸에 존재하는 말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세계는, ‘숨은 말’이 담긴 내 몸은, 아직 내가 편안하고 어울릴만한 목소리를 찾고 있는 중인 ‘나’의 시간은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쳐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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