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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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원 작가는 <올해의 미숙>은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숙의 이야기라고 했다. 나는 이 만화책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황정은 작가때문에 이 책을 만났다. 황정은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며 울컥해서. 그는 추천사에서 “사람들이 쉽게 오해하는 것과 달리 가난의 모습은 홀쭉하지 않다. 가난의 주머니는 불룩하다. 그 주머니엔 이를테면 냄새와 흉터와 눈치와 질병과 자책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는 문장들을 이어갔다. <올해의 미숙>에서는 모기향 냄새가 나는 옷, ‘미숙아’로 부르며 존재를 무시하는 같은 반 사람들, 술을 먹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엄마를 때리던 시인 아빠, 아빠가 화를 내며 던지 ‘무소유’ 책에 맞아 생긴 흉터, 허벅지를 꼬집으며 모든 것을 인내하며 참던 언니, 아빠와 똑같이 미숙을 때리던 정숙, 그렇게 시를 쓰고자 했고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던 두 사람이 같은 병으로 죽고 만 가난의 이야기. 그러나 그들의 죽음으로도, 그 가난으로도 미숙을 나타내기엔 부족한 정리. 일상에서 온갖 시간 속에서 미숙에게 던져진 수많은 폭력들과 상처들. 가난은 홀쭉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가난은 불룩하고 구구절절 할 말도 많지만,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가난이 넘쳐나지만, 가난은 숨겨야할 이야기이고 감춰야할 냄새다. 다시 황정은 작가로 넘어와서 그는
“미숙아, 계란말이 뺏기지 말고 너 먹어, 누가 빼앗아 먹으면 죽여.......”같은 심정으로 읽으면서 “내 것이기도 하고 내게 익숙한 타인의 것이기도 한 미숙함들 때문에 서글프고 부끄러웠다” 말했다. 그러나 그때 미숙은 계란말이를 먹는 재이가 밉지 않았다. 처음으로 ‘미숙아’가 아닌 ‘미숙이’로 곁에 선 이었으니까. 그가 자신의 믿음을 뭉개버릴 줄은 몰랐지만. 어머, 세상에 이런 일이 있네 하고 놀랄 것이 아니라 이걸 보며 너무 속상해서 가슴이 아렸다. 그런 이들이 있을 것을 진즉 안 황정은 작가는 이 만화책을 통해 다시 그걸 겪으며 속상해서 울 사람들을 언급했다. 나는 이 책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울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 폭력과 가난의 늪을 보면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치만 이상하게도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오니 그제야 눈물이 왈칵했다. 미숙이는 단단해졌으니까. 미숙의 삶에 지난하게 붙어있던 폭력과 상처의 모습들을 미숙이 만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미숙은 아빠가 진돗개인줄 알고 정성을 쏟다가 버린 절미와 새로운 삶의 시간을 꾸려나갈 줄 아는 사람이니까. 절미는 미숙과 함께 하며 이제 똥을 먹지 않는다.
장미숙, 그러니까 이제 너도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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