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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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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과의 이름은 여러 단편집에서 자주 보곤 했다. 워낙 이름이 눈에 띄니까. 하지만 작품을 직접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장편을! 감상을 한마디로 줄이라면: 오, 의외인데?

  이 작품은 읽는 내내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 생각났다. <사물들> 은 ‘그럭저럭’ ‘교양있는 속물’로 살아가는 현대 유럽 젊은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소설이다. 사물들을 나열하는 것은 그들 부부의 일상을 박제하고 확대한다.  그들 부부의 작은 찻잔 속 같은 일상에서는 아무런 폭풍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세계 안에서 끝없이 부유하다 가라앉는 그들 부부, 자신의 삶에 대해 한없이 피상적인 태도를 취하는 그들의 모습이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사물들>보다는 성기지만 좀 더 커다란 그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훌륭한 부분은 ‘외국 가족의 삶’을 세대별로 그린 부분에서 작가가 오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중 나오는 말대로 유럽이고 한국이고 다를 거 없이, 사람 사는 곳 다 그렇게, 자신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쭉 뽑아 늘어놓았다. 그 스크랩 결과물은 딱히 흥미로울 것이 없는 중산층 일대기다. 작가의 시각 역시 그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지는 않는다. 작가는 그저 이 ‘소비위주 사회’에서 공공연히 소비되는 것들을 다시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 속 세계에서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새로운 것 - 자아 정체’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소비하고 또 소비하며 소진되는 젊은이들이 있을 뿐이다. 아마 이들은 소비를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젊은이로 남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쿨할 수 있는 건’ 소비뿐이고, 이 싸구려 쿨함은 젊은이들만의 전매 특허 아니겠는가.
  소설은 특별히 서사를 만들어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 자체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도 한번쯤 필요한 일인 게 분명하다. 나는 이 소설이 끝까지 제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가주어 고맙다. 소진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채, 그저 소비하는 현재의 자신만을 볼 수 있는 우리를 보여주므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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