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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를 사람들이 읽기 시작할 때 나는 표지만 보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왜 읽을까 생각했었다. 불과 얼마 전에 읽은 소설도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것이었기에 또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소개글에서 줄거리의 일부를 보게 되었고, 나는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싶어졌다.
"난 고양이랑 그리 잘 지내는 사람도 아냐."
"대체 내가 왜 그런 말을 해야 하는데?"
"'해야 한다' 따위는 여기 없어. 난 빌어먹을 운송 서비스 따위가 아니라고!"
위의 말들은 오베의 말투 일부다. 오베는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부정도 많이 하고, 남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응당 해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다가 말투는 직설적이고 까칠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오베의 고집과 말투에 못 이겨 그를 그저 까칠한 동네의 할아버지라든가 심술쟁이 할아버지라고 여길만도 하다.
그러나 오베는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사실은 섬세하고 다정한 속내가 있는 사람이다.
저 세 문장의 말을 내뱉었을 때 오베는 고양이와 잘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추위에 얼어죽을 뻔한 고양이를 구해줬으며, 부드럽게 말하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짧은 위로를 해줄줄 알고, 또한 해야 한다는 말에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임산부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 준다.
오베는 그런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퉁명스럽고 주차 위반을 하나 안 하나 원칙을 고수하며 동네를 돌지만, 실제로는 그 원칙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그 고집이 유별나게 센 고집이지만 말이다.
오베를 읽고 많이 울었던 이유는 이런 사람이 세상에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원칙을 말했고, 그 원칙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 확실했다.
원칙이 무너진 세상은 혼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맞다. 오베의 원칙이 그저 주정차 시간이 24 시간이 경과했는데도 차를 뺐는지 확인하는 것이나 거주 구역에 차량 통행 금지 같은 것들이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피해 가는 원칙 같은 것은 없다고, 오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확실하게 지켜야 될 약속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했다.
오베는 남에게 불필요한 것은 모두 받지 않았고, 적당한 선이라는 기준을 모르게 자신의 것을 베풀고자 하는 아내가 있었다. 그러나 오베는 아내를 막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막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탄원서를 쓸 줄 아는 남자였다.
남에게 받을 선을 지키고, 자신의 것을 더 베풀 줄 아는 남자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고집 센 원칙주의자 <오베라는 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