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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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에서 소설가 우다영은 독자로 하여금 서사를 들여다보기,를 넘어서 서사를 통해 들여다보기,를 이행하게 한다. 소설에서 중요한 건 단지 서사뿐만이 아니라, 그 서사를 경유하여 미지의 시공간과 미지의 사유로 가닿는 사건이다. 그 '미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보통의 언어나 감정으로 형용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가령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와 정반대되는 감정들을 동시에 느낄 때, 가까운 형제자매나 친구에게서 전혀 모르는 모습들을 발견할 때, 원치 않던 것을 손에 넣고 까닭 모를 쾌감을 느낄 때, 우리가 알 만한 것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묘한 것들 말이다. 우다영의 소설은 언어화하기 어려운 것 언어화한 결과물로서, 어떤 감정이나 감각의 물성을 향유하는 순간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것은 교과서적인 메시지나 안일한 방식의 감동 같은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우다영의 소설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나 원색적으로 특별한 교훈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소설이 아니다. 어렴풋이 만져지고 아스라이 보이지만 온전하게 알 수는 없는, 확연하지 않고 모호하지만 명백하게 존재하는 '무엇'이다.


덧붙이는 말로, 이 소설집에 실려 있는 몇몇 100자평과 리뷰들은 허술하고 난삽해서 안쓰럽다. "이렇게 분위기만 내려 하고 실제로 읽으면 개멍청한 문장 천지"라거나 "감정흐름이 작위적"이라거나 "작가 목소리 다 들"린다거나 하는 말들은 다 지극히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논거를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단순한 감정들", "서투른 서사들"도 마찬가지.(그리고 참고로, 소설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이런 말들은 비판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비난이라서 문제다. 일단 '비판'이라면 저런 식으로 쓰지도 않는다. 물론 알라딘 100자평에서 뭘 기대하겠냐만. 뭔가를 비판하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상찬이나 비판을 한두 문장 정도로 싸지르는 것만큼 무책임하고 나약한 언어가 없다. 그 말이 그 말을 한 사람의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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