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첫 장을 펼친 순간 저자의 에너지가 심상치 않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통통 튀는 어휘들과 이 세상 텐션이 아닌 발랄함에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는데 방송작가로 재직 중인 저자가 팀원들과의 수차례 회의 끝에 탄생시킨 프로그램 이름이 <놀라운 토요일>임을 알게 됐을 때 아 ! 했더란다. 재기발랄한 에너지가 프로그램 속에 그대로 스며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속에 등장한 초보인간인 저자도 아무 채비도 없이 땅 위에 덩그러니 떨어져 초보의 입장으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침없이 헤쳐나가니 이 분은 무인도에 떨어뜨려놔도 강한 생존본능에 무리 없이 적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처음들엔 낯섦과 약간의 두려움이 묻어있지만 그러한 단계를 뛰어넘었을 때 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나의 제일 처음엔 무엇이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년 시절의 수영장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번뜩 떠올랐다. 제일 끝 코트는 어른 전용이라 깊이를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새파랬는데 스멀스멀 다가오던 공포는 이윽고 나를 삼켜버리게 된다. 곧잘 해냈던 수영에 조금씩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최후엔 울렁이는 물결만 보아도 눈물을 퐁퐁 흘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선생님과 단둘이 복도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멀뚱히 반 아이들의 수업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후회로 남아있는데 저자의 경험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나도 조금 더 노력해 볼걸.. 하고 짙은 한숨이 묻어나왔다.

🍀 "도시락 싸는 일이 번거롭긴 하지만 귀찮지는 않다. 시장에 철마다 달리 깔리는 예쁜 빛깔의 채소들을 고르는 일이 재미있고, 볶느냐 삶느냐 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의 향과 식감이 재미있고, 맛있는 도시락을 싸고 난 후엔 다음 날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기대된다."

🍀 "그동안 자신에게 지나치게 야박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잘 해내고 싶은 일 앞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며 '셀프 야박'을 주지 말자고, '그러니까 못하는 이유'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이유'를 끈질기게 탐색하자고 나 자신과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미래를구하러온초보인간 #강이슬 #김영사 #김영사서포터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 - 읽고 쓰기에 대한 다정한 귓속말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어느 늦여름, 수강 중이던 교육방송의 수학 강의에서였다. 단 80분간 지속되는 주인공의 기억력 속에 녹여진 수학공식의 경이로움과 따뜻한 영상미에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음 한켠에 포근했던 영화로 남아있는데 이러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작품의 기반이 된 저자의 탄탄한 원작 덕분이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기울여봤을 주제인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와 계기들이 바로 이 책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속에 고스란히 녹여져있으니 평소 저자의 작품들을 눈여겨봐왔던 이들이라면 더욱 감명 깊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무조건 마음에 드리라 확신한다.

소설가에 대한 동경을 품고 들른 작가의 집 너머로 형성된 저자와 마시히코 선생님의 묘한 인연의 고리는 훗날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재탄생되게 된다. 우연히 틀게 된 티비 채널에서 때마침 선생님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냉철한 사고와 차가운 이성만을 겸비하고 있을 것 같은 수학자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선생님의 색다른 모습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새로운 면모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된다. 단순히 깨달음을 얻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장면에 살을 붙여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왔기에 하나의 스토리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애수는 한쪽 숫자의 약수의 합이 다른 쪽 숫자의 약수의 합이 되는 한 쌍의 숫자입니다. 처음 그런 숫자를 발견한 사람은 피타고라스입니다. 아주 먼 옛날 일이지만, 그 첫 한 쌍은 220과 284였어요."

인용된 문장 속 불특정 다수의 화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큰 틀이 형성됨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같은 인생사라는 가사도 있지 않은가. 첫 문장이 다가오는 순간은 그 누구도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현실을 마주 보고 관찰하는 눈과 언어에 귀를 기울임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조언을 따르면 빠른 시일 내에 무한한 영감이 당신에게 다정한 손길을 건네오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첫문장이찾아오는순간 #오가와요코 #타라미수더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때론 꽃을 사 들고 오는데, 요게 또 기분이 상당히 괜찮다. 여행지의 꽃집에 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로맨틱한 느낌이다. 꽃다발이나 작은 화분 같은 걸 사서 동네 사람인 양 기분 좋게 돌아다니다, 음료수병이나 머그잔에 요리조리 꽂아본다. 혼자 여행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꽃이 반겨주면 그게 뭐라고 되게 반갑다."

하늘길이 막히다시피한 요즘, 여행에 대한 갈증은 쌓여만 가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런 분들의 마음을 대변해 저자는 여행 타령 에세이를 출간했다. 여행지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들과 다사다난했던 경험들이 짤막짤막하게 담겨있어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여행 못 가는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어째 캐리어를 챙겨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만 더욱 커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코시국이 시작될 때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가게 될 줄은.

처음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느낀 낯섦을 뒤로하고 꽤 오랜 기간 같은 곳에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 살았던 곳인 마냥 동네가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차피 내일도 또 방문할 것이기에 인증샷도 남기지 않고 주민들의 동선 또한 눈에 익히게 될 때 '우리 동네'라는 타이틀과 함께 여행지에 대한 과몰입이 시작된다는 저자는 이러한 감각을 마주할 때마다 그곳에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종종 떠올린다고 한다. 프리랜서의 신분이라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발길 닿는 대로 여행길에 오르곤 하는 저자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렇게오랫동안못갈줄몰랐습니다 #신예희 #비에이블 #쌤앤파커스 #에세이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오휘명 지음 / 히읏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참 다정한 제목인 것 같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깨알같은 저자의 일상들을 모아 부담스럽지 않은 위로와 함께 짧은 챕터별로 묶어낸 되게 요즘 느낌의 책 같았다고 해야 하나, 때로는 이런 짤막짤막한 인사말들이 연고 같은 작용을 해 마음의 내성이 생기게 도와주는 것 같다. 무기력한 아침, 비몽사몽 눈을 비비고 일어나 겪게 된 출근길 속 도로 정체에서 만난 짧은 문구를 계기로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게 된 저자는 눈치보지도, 주지도 않는 온전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현재의 시간들을 정성으로 빚어낸 진심 어린 마음들과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일, 어쩌면 인생은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모여 재생되는 한편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오늘 이뤄낸 일들이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훗날 큰 파도가 되어 돌아올 무수한 행복들을 위해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가 보고 싶어졌다.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가득 일어나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당신에게좋은일이있을것입니다 #오휘명 #도서출판히읏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나의 토성』

어슴푸레 비치는 달빛 너머로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총총 수놓아진 별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 또 누군가에게는 작은 항성처럼 느껴지는 별은 내부에서 뿜어지는 에너지를 빛으로 발산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반짝임을 띄고 있다. 태양계에 속한 행성 중 유독 신경이 쓰였던 별이 바로 토성인데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에서 도묘지가 마키노에게 같은 토성인이라는 이유로 건넸던 토성 목걸이와 내가 태어난 별자리인 염소자리의 수호 행성 또한 토성이라는 까닭에서이다. 그렇기에 "안나의 토성"또한 처음 제목을 접한 순간 빨리 만나보고 싶었고 아기자기한 힐링에세이로 큰 사랑을 받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작품에서 따온 "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려 했지만 아버지의 성인 '오구라'를 붙이면 화과자 이름 같다는 이유에 안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스멀스멀 반항심이 몰려오는 열네 살인 탓에 엄마의 집중 보호를 받고 있는 안나였다. 사춘기 소녀에겐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천체 관측을 너무나도 좋아해 달빛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미는 밤이 되면 안나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곤 한다.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미주알 고주알 안나에게 들려주는 가즈키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느낌의 남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안, 우주가 생기고 137억 년이 지났는데, 단 한 번도 똑같은 밤하늘은 없었어. 지금 올려다보는 하늘과 내일 하늘은 다르고, 내일 하늘과 모레 하늘도 달라. 매일매일 새로운 하늘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나는 화성의 저녁놀을 한 번 보는 것보다 지구의 하늘을 가능한 한 오래 보는 쪽을 선택할 거야."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해 봤었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들과 같은 반 친구인 미즈호와의 우정 속에서 겪게 되는 깨알같은 이야기들은 그 시절만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열네 살의 그리운 우주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짝사랑하는 선배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열정적으로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축제 마지막 날 학교의 졸업생분이자 피아니스트인 나카가와 선생님께 꽃다발을 전해드리는 투표 건에서 서로의 이름을 적어 넣지 않을 걸 알고는 토라지지만 둘의 서먹함이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짧은 대화 몇 마디로 그간의 서운함을 사르르 녹여버리는 두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15년에 한 번씩 고리를 감추는 토성이지만 저마다의 주기로 흐르는 별의 세월처럼 안나의 우주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도 지금 이 순간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다. "안나의 토성"과 함께 우주의 꿈같은 이야기들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안나의토성 #마스다미리 #이봄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