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토성』어슴푸레 비치는 달빛 너머로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총총 수놓아진 별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 또 누군가에게는 작은 항성처럼 느껴지는 별은 내부에서 뿜어지는 에너지를 빛으로 발산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반짝임을 띄고 있다. 태양계에 속한 행성 중 유독 신경이 쓰였던 별이 바로 토성인데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에서 도묘지가 마키노에게 같은 토성인이라는 이유로 건넸던 토성 목걸이와 내가 태어난 별자리인 염소자리의 수호 행성 또한 토성이라는 까닭에서이다. 그렇기에 "안나의 토성"또한 처음 제목을 접한 순간 빨리 만나보고 싶었고 아기자기한 힐링에세이로 큰 사랑을 받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작품에서 따온 "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려 했지만 아버지의 성인 '오구라'를 붙이면 화과자 이름 같다는 이유에 안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스멀스멀 반항심이 몰려오는 열네 살인 탓에 엄마의 집중 보호를 받고 있는 안나였다. 사춘기 소녀에겐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천체 관측을 너무나도 좋아해 달빛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미는 밤이 되면 안나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곤 한다.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미주알 고주알 안나에게 들려주는 가즈키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느낌의 남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안, 우주가 생기고 137억 년이 지났는데, 단 한 번도 똑같은 밤하늘은 없었어. 지금 올려다보는 하늘과 내일 하늘은 다르고, 내일 하늘과 모레 하늘도 달라. 매일매일 새로운 하늘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나는 화성의 저녁놀을 한 번 보는 것보다 지구의 하늘을 가능한 한 오래 보는 쪽을 선택할 거야."누구나 한 번쯤 걱정해 봤었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들과 같은 반 친구인 미즈호와의 우정 속에서 겪게 되는 깨알같은 이야기들은 그 시절만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열네 살의 그리운 우주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짝사랑하는 선배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열정적으로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축제 마지막 날 학교의 졸업생분이자 피아니스트인 나카가와 선생님께 꽃다발을 전해드리는 투표 건에서 서로의 이름을 적어 넣지 않을 걸 알고는 토라지지만 둘의 서먹함이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짧은 대화 몇 마디로 그간의 서운함을 사르르 녹여버리는 두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15년에 한 번씩 고리를 감추는 토성이지만 저마다의 주기로 흐르는 별의 세월처럼 안나의 우주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도 지금 이 순간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다. "안나의 토성"과 함께 우주의 꿈같은 이야기들을 만나보시길 바란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안나의토성 #마스다미리 #이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