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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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강‘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오래 전에 산 책이다. 얄팍한 데다 글씨가 듬성듬성한 데도 손에 잡히지 않아 책장 속 어느 자리에서 먼지만 켜켜히 쌓여가던 책을 침대 옆으로 옮겨온 지고 한 단 남짓 지난 듯하다.

‘소설‘인가, 시인가, 에세이인가.
다 읽고 난 후 보니 부제가 ‘The elegy of whiteness‘다.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흰 베냇저고리를 수의로 삼아 떠난 아기, 어린 나이에 죽은 형의 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유대인 남자의 이야기, 낳자마자 떠나 보낸 두 아이를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산 어머니. 그리고 떠난 아기의 삶과 자신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 이 ‘소설‘은 그 여자의, 흰 것에 대한 단상들이다.

엘레지를 찾으니 엉뚱한 정보만 그득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내 생각도 조각나 버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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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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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 나는 내 삶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구상하고 학습지를 준비해가지만 생기를 잃은 눈동자들과 마주할 때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잘하고 싶은 내 욕심에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날마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 실은 어쩌면 마스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며 이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나의 집 앞에는 이따금 많은 양의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택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택배 기사들이 몹시 힘들게 일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서울에 올라와 생계 수단으로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7년이나 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주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택배 노동의 현장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후반부의 페이지를 넘길 때쯤 나는 왠지 모르게 좀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게 약간은 불편하다. 하루 이틀쯤 택배를 늦게 받아도 좋으니 그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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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려고 너는 평소의 정대를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정대를 생각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 소풍날 장기자랑에선 복어같이 뺨을 부풀리며 디스코를 춰서, 무서운 담임까지 폭소를 터뜨리게한 정대, 공부보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정대. 누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인문계고 입시 준비를 하는 정대. 누나 몰래 신문 수금 일을 하는 정대. 초겨울부터 볼이 빨갛게 트고 손등에 흉한 사마귀가 돋는 정대, 너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 제가 무슨 국가 대표라고 스매싱만 하는 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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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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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리커버 한정판)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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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의 재미있는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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