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우연히 추정경 작가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예쁘장한 모습의 작가는 강단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돈이 몸집을 불리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작가의 말이 맞았다. 모든 물건은 사용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가치를 떨어뜨리게 마련인데 요상하게도 2가지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었다.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집(부동산)이다. 어쩌면 그 사실을 먼저 알아차렸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 희안한 속성을 이용해 부자될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돈이란 참 요물이구나. 받아들고 보니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지는 요물. p.62
"차주 입장에서 커다란 화물차를 빌려주면 차량 렌트비를 벌지만, 그 차 자체가 화물이 되어 버리면 화물 보관료를 내야하는 거지. 화물차라는 돈이 투자의 대상이 되지 않고 굴러가지 않는다면 화물차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거니까. 조만간 마이너스 성장 시대를 맞게 되면 신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지겠지." p. 217
"얼리어답터가 신기술 발전의 선두 주자라는 거 아니? 계속 새로운 걸 쓰고 시도해야 기술력도 발전하는 거야."
그 말에 효준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거 아세요? 죽은 고래의 배 속을 갈라 보면 그 속에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 있는 거.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계속 무분별하게 만들어 내기만 하고 소비하는 지금 세대는 인류 최악의 세대라는 건요? 그런 물질적 풍요를 누려 온 건 아저씨 다음 세대인 우리와 까마득한 아래 세대가 누릴 권리를 대출받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p.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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