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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은 소녀 1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독서 편식이 심한 편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다가도, 스토리가 내 마음대로 전개 안 되면, (급~ 실망하고 번뇌하다가...) 읽는 것을 중단해 버린다. 내 마음에 드는 그림, 내 마음에 드는 스토리, 내 마음에 드는 결말, 이 완벽한 3종 세트를 추구하는 결벽증이 있다고나 할까.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작가 <천계영> 그녀의 작품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사실 난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기존의 순정만화와는 뭔가 다른 작가 천계영만의 독특한 그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사실 그 그림에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작년에 새롭게 <윙크>에 연재되고 있는 천계영 작가의 단행본을 사게 되다니..... (개인적으로 놀라운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편식이 좀 고쳐지고 있는 건가..)
그녀가 새롭게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는 건, 우연히 마음이 동해 구입하게 된 만화잡지 <윙크>를 사면서 알게 됐다. (만화잡지를 끊은지 어언 5~6년만에 나는 최근 다시 만화잡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과 다른 느낌, 다른 그림의 작품에 매력을 나는 매력을 느꼈다. (나이를 먹으면서 취향의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헐헐~)
예전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유치해 보였는데, <하이힐을 신은 소녀>의 그림은 아주아주 세련된 느낌이다.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날카로운, 뭔가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그림!! <그래, 이거야!!>하는 마음으로 1, 2권을 읽었다.
백이면 백, 모두 예쁘다고 칭송하는 외모를 가진 <고경희>ㅡ 도도하면서도 날렵한 자의식을 가진 17살의 소녀(소녀라고 하기엔, 너무 자의식이 성숙하지만... 어쨌든 설정상 17세)가 여자 주인공이다. 그리고 무식하고, (분명 내면의 아픔이 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싸움짱이며, 독하디 독한 소년 <양욱일>이 남자 주인공.
1, 2권에서는 이 둘의 인물에 대한 탐색과 대립이 격하게 그려진다. 꾸미지 않은 10대의 대사는 간혹 <오~ 너무 쎄게 나가는 거 아냐?>하는 느낌을 주지만, 그건 내가 10대의 만화를 즐기기엔 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암튼, 스토리는 긴박하게 흘러가고 3권의 내용도 기대가 된다.
곧고, 직선적인 느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 이것이 1, 2권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분위기랄까. 여하튼 그렇다.
천계영의 작품을 제대로 탐독한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부터 들어온 바로는 상당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작가라 알고 있다. 그런 고민의 성과를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더욱더 빛나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잡지가 줄줄이 폐간되고, 한국만화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다 보니, 한국 만화잡지 속에서도 <일본 풍의 그림>들과 <일본 작품>이 다수를 차지해, 한국만화 고유의 색을 찾아보기 힘들어 너무 아쉬웠는데.... 천계영 작가의 그림은 그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개성 강한 한국만화였다. 그 점이 너무 반가웠고, 또 고마웠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빛나주길 기대한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창작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국만화작가 및 한국 만화 화이팅!!
이런 리뷰에서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
만화 작품을 계속 볼 수 있기 위해 한마디 사족처럼 남기련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만화책은 사서 봅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