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시력 회복법 - 안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혼베 박사의 안경 벗기 프로젝트
혼베 가즈히로 지음, 황미숙 옮김 / 북스토리라이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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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 스스로 시력 회복법



 

  나는 참 눈이 정말 좋지 않다. 우완 좌완 모두 초고도근시로 안경도 렌즈를 몇 번이나 압축해야했고, 그렇게 얻은 안경 가격 또한 비싸서 안경 바꿀때마다 쓴 마음을 삼켜야 했다. 눈이 좋아지고 싶어 시도한 라섹은 다행히 간당간당하게 가능했지만, 라섹을 하고 시력이 또 떨어졌다. 다행히 각막 두께는 두꺼워서 수술을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라섹 두 번한 눈은 이제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약해졌다. 게다가 다시 시력에 문제가 생긴 듯한 요즘. 수술을 했기에 렌즈도 끼지 못하고, 난시가 심해 사물이 흐릿하게 보여 밤에 운전이 위험해진 상황. 꼭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책이 있어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시력 저하 = 당장 안경 이용'이라는 생각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잘라버리는큰 원인이다. 사실 시력을 우리 스스로 회복시킬 수 있음에도 말이다 - p. 19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력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정말  인간이 외부에서 얻는 정보 중 대부분은 눈을 통한 정보라고 한다. 약 80퍼센트정도! 그렇게 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혼베박사는 처음부터 안과전문의는 아니었다. 그는 국립기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처음엔 내과의로 진로를 결정했다가, 안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며 진로를 변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효과적인 시력 회복법 등을 통한 근시 예방과 노안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1단계는 눈을 따뜻하게 하는 '파밍'이다. 2단계는 눈 주위 경혈 등을 자극하는 '아이 마사지', 3단계는 눈과 목을 동시에 움직여 혈류를 개선하는 '시력 개선 스트레칭', 4단계는 눈 주위의 혈행 촉진에 효과적인 '손가락 마사지'다. - p. 63


  원래 인간의 눈은 가까이 있는 사물이 아니라 멀리 있는 사물을 보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멀리 있는 사물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물, 즉 컴퓨터나 스마트 폰 등을 볼 기회가 급증했다. 그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고 눈에 질환이 생기기 쉬워졌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생긴 근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혼베 박사는 시력과 혈류에 관해 설명한다. 둘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말하고, 눈은 따듯하게 하기를 권하는 그는 혈류가 악화되면 눈에 산소와 영양이 전달되지 못해 시력이 떨어진다며 그러한 혈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력회복법을 제시한다.


  그는 이 책을 보면 빠른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단지 시력이 왜 나빠지는지, 각각의 병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4가지의 시력회복법을 제안하고, 꾸준히 눈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근시는 병이라고 한다.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것.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병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이가 많다. 안경을 쓰고 제대로 보인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 또한 그랬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근시에서 탈출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눈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네 가지 시력회복법을 따라해봐야겠다. 나에게 시력 회복의 길을 열어준 고마운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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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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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와 처음 만나보게 된 책. NHK BS프리미엄 인기 주말 드라마 '나비장에 어서 오세요'의 원작 소설이라는 이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라는 작품은 유령과 동거하는 기묘한 테후테후장에 관한 이야기다. 테후테후라는 말은 일본 고어로 '나비'라는 뜻. 그래서 드라마 제목이 나비장에 어서 오세요 라고 하는 듯하다.


  테후테후장에는 6개의 방이 있다. 시간배경은 순서대로 이어지기도, 겹치기도 하지만 1호실부터 6호실까지 각각의 방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월세 13,000엔(한화 15만 원), 보증금에 관리비도 없는 '테후테후장'에는 사기꾼부터 백수, 만년 계약직 등 딱히 풍족하지도 삶이 여유롭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주민으로 들어와 살아간다.


  보증금에 신원보증원도 필요없고, 관리비도 없고, 첫 월세는 공짜! 거기에 계속 살아가기로 한다면 월세가 단 돈 15만원! 외관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깨끗하다. 이런 집을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유령이 보인다면?!


  유령을 부정하던 이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미래 덕에 유령을 감내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로 인해 동거인과 유령과의 각기 다른 6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불하지 못한 유령들 또한 사연이 있다. 그들이 각자 부딪히고 살아내며 서로 위로하고,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어내는 과정들이 참 따스하다. 현실에서 한 길 비껴 있는 사람들. 그들을 유령들이 조언한다. 질책도 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아직 갈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나약한 이들. 좌절한 사람들. 그저 살아내기 바쁜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 좌절하고 고통 받더라도 삶에 미련 갖지 않게 노력하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해준다.


변화시킨 존재가 사라져도 변화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 사실은 자신의 내면에 남아 앞으로도 인생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 p. 326


  각종 좌절로 인해 자신조차 되돌아 보지 못하던 사람들이, 각자의 방에 있던 유령들을 성불시키고 나 자신이 아닌 집주인을 위해 힘을 합쳐 도와주기까지. 그렇게 더욱 강해질 수 있던 그들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다행스럽다고 느낀다. 삶의 어딘가에서 한차례 꺾여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소설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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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케이트 마셜.데이비드 마셜 지음, 함초롬 옮김 / 심야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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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북/기프트북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이 책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내 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책.

영미에서는 10년 연속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표지를 넘겨보면

예쁜 하트가 뿅 :)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이 책의 문구가 맨 앞장에 써져있다.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 있다.'

이 책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첫만남을 다시 새겨보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소중했던 감정을 추억할 수 있는

질문들도 있었다.

 

​ 

 

 

 

 

당신이 가장 보고싶은 순간,

슬프고 힘든 시간을

함께 거쳐 온 나날들.

주관식으로 이렇게 그에게의

사랑을 고백하고,

우리의 추억을 고백하는 시간들.

 

 

 

 

 

 

if 질문도 있다.

나의 연인은 어떤 느낌일지

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재미있는 질문으로 알아가는 시간. 

 

 

 

 

 

 

 

재미있는 페이지도 많이 있다.

당신이 실종되면 나는,

이런 포스터를 붙일거예요 :)

예전 러브장이 유행할 때

연습장에 예쁘게 페이지들을 만들던

그 때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페이지들.

예쁜 감정들을 소중히 적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던 마음.

오직 하나뿐인 소중한 감정.

그 마음을 세련되게 묶어내어

비록 예전처럼 사람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형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사랑이 가득한 책.

다양한 사랑의 질문이 적혀있어

사랑이 충만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언제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감사하는 삶을 기원하는 문구가 있는데 

정말 마지막까지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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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 편견과 차별이라는 오래된 인류의 전염병, 마녀사냥 사계절 지식소설 12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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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세상에 아직도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있어왔던 바로 그 희생양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저자는 철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해 문화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이경덕 씨.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안타까운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책을 냈다고 한다.


  현재에도 마녀가 있는가? 마녀는 없어도 여전히 마녀사냥이라는 죄악이 도사리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 그것은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기에 그 행위는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있는 자들은 언제나 불행한 시국이 닥쳐왔을 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조화롭게 헤쳐나가는 길을 모색하기보다는 힘없는 누군가에게, 없는 자들에게 죄를 떠넘겨왔던 것이다.


차이를 빌미로 차별을 만들어 내고 억압하고 착취를 해 왔던 거지. - p. 183


  과거의 마녀사냥 또한 그러했다. 백년전쟁과 페스트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혼란에 빠져 질서가 무너지자 빠르게 안정을 꾀하기 위해 여자들을 죄인으로 삼은 것이다. 그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아 수많은 죄없는 여자들이 고문을 당하고 맥없이 화형에 처해졌다. 그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종교가 다른 사람 등. 나에게 못마땅한 사람. 그거면 이유가 충분했다. 우선 고발을 당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무조건 자신이 마녀라는 말을 토해내지 않으면 모진 고문을 계속해서 받아내야만 했던 과거의 불쌍한 여인들.


자기들에게 닥친 불행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심리 때문이야. 그게 지나치면 광기가 되는 거야. 모두가 미쳐가는 거지. - p. 146


  차이란 당연한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은 분명히 있고, 구분을 해야함은 명확하다. 그들의 특징을 알고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 차이 때문에 차별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계를 해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이 책은 그 말을 하기 위하여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을 재구성하여 총 6편의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마녀사냥, 마녀사냥꾼, 관동대지진 등. 마녀사냥의 비극적인 논리가 사람들을 얼마나 비이성적인 존재로 만들었는지 이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갈 곳 없는 분노를 '마녀'들을 만들어 쏟아낸 후, 그들이 죄인이 아님이 밝혀져도 누구 하나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도,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그저 죄없는 그들은 분노의 희생양으로 스러져 갈 뿐이다.


  현대에도 여전히 이런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이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 안에서의 몰아가기, 외국인, 장애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 등. 피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를 증오하고 몰아가는 일들도 빈번하다. 사회가 늘 평화로울 수는 없다. 언제나 문제가 있고 갈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마녀사냥 식 사고에 빠지지 않고, 차별보다는 조화를 생각하자는 책.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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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이동원 지음 / 포이에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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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 완벽한 인생

 


 

  간만에 후룩 읽어버린 재미있는 소설. 야구에 어느정도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완벽한 인생'. 이 소설은 제 10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이동원의 장편 신작 소설이다. 야구에는 한국시리즈라는 것이 있고, 이건 참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얘기가 많다. 이 책의 배경은 그런 한국 시리즈의 7차전 경기. 그것도 이글스와 베어스의 마지막 경기다.


  한국 시리즈 7차전이 열리는 잠실 야구장. 그 근처의 은행에서 시합이 시작하기 전 인질극이 벌어진다. 27명을 잡아 둔 범인의 요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글스의 투수 '우태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것. 한 회를 막아낼 때마다 인질을 세명 씩 풀어줄 것이지만, 우태진이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누군가 죽는다!


  수요일. 누군가에게는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애매하기에 버림받는 날.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은퇴경기를 하는 날. 그래서 한 사람은 수요예배가 있는 날에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합법적인 사건이 벌어진 날이 되고 한 사람에게는 인질극을 벌이는 날이 되고, 또 한 사람에게는 한 타자만 막으면 되는 날에 자존심을 버리게 되는 사건이 생긴 날이 되었다.


타자들은 누구나 홈런을 꿈꾼다. 하지만 담장 밖으로 공을 펑펑 날려 보낼 힘을 가진 선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 한계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 51


  우태진. 그는 24살에 많은 것을 이뤄낸 천재 투수였다. 그는 완벽한 투수로 이름을 떨쳤고 프로로 데뷔해서 승승장구할 나날을 꿈꿨으나, 부상을 당하고 재활을 하고, 또 부상을 당하고를 반복해 유리 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면 좋은 투수로 남을 수 있었으나 그 전의 찬란했던 자신을 잊지 못해 결국 또 다른 부상을 입어 재기하기 힘들어진 우태진. 그는 결국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날, 우태진에게 형사가 찾아온다.


자리로 돌아간 포수가 사인을 냈다. 한가운데 슬로우커브. 평소라면 절대 던지지 않을 공을 나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던졌다. 망치면 다 저놈 책임이다. - p. 44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나도 알았다.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운드에만 오르면 그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아닌 자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무덤 안에 서 있다. 그런 내가 지금 그토록 싫어했던 방식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아직도 공을 던질 수 있다. 타자들을 아웃시킬 수 있다. 팬들은 그런 나를 향해 환호했다. 볼썽사나울 줄만 알았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만큼 스스로가 한심했다. 나다운 것이 대체 뭔데 나는 왜 내 무덤 위에 서고서야 이런 공을 던지고 있나. - p. 55​


  첫 회는 그럭저럭 막아내고, 다음 부터는 인질구출이라는 막대한 사명 앞에서 자존심을 던지고 포수의 사인대로 투구를 하는 우태진. 그는 포수는 그저 받아내는 역할로만 생각하고 던지던 강속의 투수였다. 그러나 그 재능을 잃고는 계속 얻어맞기만 하는데 은퇴 경기에서 인질들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투구를 하자 제구력 덕분에 한 번 타자가 돌 때까지 완벽하게 그들을 아웃시킨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풀려나는 3명의 사람들.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구분할 줄 아는 선구안과 좋은 공을 끝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 p. 59


  그러나 타자들은 바보가 아니어서 그들이 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맞게 받아칠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너클볼. 타자도, 던지는 투수조차도 어떻게 들어갈 지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 없는 공. 던지면서도 조마조마한 공. 그 너클볼을 우태진이 던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힘을 원한다. 육체적인 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몸을 통제할 정도의 힘은 필요로 한다. 병이 들어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건 아무도 원치 않는다. 경제력이나 권력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욕심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살 정도의 돈은 갖기 원하고, 대단한 야심가가 아니라도 삶의 주인은 자신이 되고 싶어한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던지는 건 그저 공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담아 공을 던진다. (중략) 너클볼을 던지기 위해선 그 모든 힘과 의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너클볼은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최고의 타자라 해도 너클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연습해온 대로 배트를 휘두르고 맞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건 투수도 마찬가지다. 일단 공을 던진 다음엔 마운드와 타석 사이를 흐르는 바람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그 미세한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맡겨야 한다. 이런 공에 처음부터 인생을 맡기는 선수가 있겠는가. 자신에게 인생을 열어갈 힘이 있다고 믿는 선수는 너클볼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너클볼은 한 번 죽은 자들의 공이다. - p.75 


  야구에서는 퍼펙트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한 명의 투수가 선발 등판하여 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는 경기. 홈런을 포함한 안타, 볼넷, 사구, 수비 실책 등 어떤 경우에도 타자를 진루시키면 안 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950년 한국인 투수 이팔용이 처음으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이후 16번이나 있었다고 하는 이 퍼펙트게임을 한국에서는 아직 단 한차례도 기록을 달성하지 못 했다.


  투수 우태진은 8회까지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뻔 했으나 수비쪽 실책으로 그 기회를 놓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해 노히트 노런까지 놓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현재 은퇴 게임의 감독 또한 퍼펙트게임을 달성할뻔한 투수였는데, 그 감독은 수비가 기록을 위해 부상을 당하자 스스로 공을 놓고 내려온다. 우태진은 그 당시 감독의 결정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퍼펙트게임보다 더 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같이 8회 말의 상황. 우태진은 자신이 전부 막아버리면 어차피 인질들을 다 구출할 수 있지 않냐며 의기양양해 하지만, 풀려난 인질들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몽타주로 그가 누군지를 알게된다. 그 인물의 정체는 우태진을 크게 흔들어버린다.


  결국은 사랑. 책에서는 완벽한 커리어, 완벽한 재능,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이 사랑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다소 진부하지만 접할 때마다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 그리고 야구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구절들이 참 공감 많이 가는 말들이어서 인상깊다. 지금 내가 한계라고 느끼는 사람들, 과거의 영광에 젖어 고통스러운 현재를 직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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