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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화요란
오카베 에츠 지음, 최나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소설 : 잔화요란
읽으면 읽을수록 와, 이 소설 막장이네! 했던 소설 '잔화요란'. 이 소설은 일본 TBS 방영된 화제의 드라마 '아름다운 함정-잔화요란'의 원 소설, '잔화요란'이라고 한다. 드라마의 소개 내용에 보면 '유부남 상사와 불륜에 빠진 주인공이 후에 배신을 당해 이를 복수하게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드라마의 내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상사 부인에게 복수를 당하는 이야기로 여러 연령대의 여자들이 나와 그들의 숨긴 마음을 각각의 시각에서 보여줘 그들이 감추고 있는 욕망, 분노, 시기, 질투, 자존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에 그치지 않고 그녀들 각각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 그를 꽃에 비유하고 있다.
꽃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을 뜻하는 잔화, 어우러져 피었다는 뜻인 요란을 합친 잔화요란은 떨어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 책 소개 본문 중에서
꽃에 비유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듯 이 각각의 여자들이 모이는 곳은 꽃의 이름을 주로 쓰는 료코의 '서예교실'. 이 곳에 모인 세 사람은 꽃을 사랑하는 서예가인 료코에게 서예를 배우며 알게된 친구라기엔 먼 사이. 그 중 리카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두 사람인 미카와 이즈미에게 결혼준비를 도와달라고 한 일로 얽히게 된다.
행복 같은 건 사실은 이 세상에는 없고, 그저 행복한 척을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닐까? - p. 123
리카는 사실 유부남인 상사와 불륜을 하던 중이었다. 그 상사인 소타의 부인인 미츠코가 그녀를 떨궈내기 위해 미츠코 자신을 좋아하는 케이치와의 맞선을 중매하게 되고, 그 건을 케이치가 받아들이게 되며 그 둘의 결혼이 성사되게 된 것. 그런데 골때리게도 리카를 시기한 서예교실의 미카는 의도적으로 케이치에게 접근해 결혼하기 전까지 그와 섹스 파트너라는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게 나야. 날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지키는 사람. 그게 나야. - p. 287
그런 와중에 미츠코와 소타의 딸 미우는 어머니를 싫어하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철부지없는 그러나 그녀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딸. 그녀는 아름다움과 기품을 과도하게 중심하는 어머니에 질려있던 참에 아버지의 불륜사실을 알게되고, 심지어 그 내연녀가 자신이 친오빠처럼 따르던 케이치의 부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어머니에게 더욱 질려하며 아버지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그런 그녀가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소설 내에서 가장 골때리는 일을 벌이게 되는데, 바로 내연녀인 리카의 이름으로 그녀와 같은 스타일로 꾸미고 AV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것! 거기에 남편과의 불화가 있는 이즈미부부까지. 다양한 관계로 얽히며 그들은 점차 불행속으로 빠져가는 듯 하다.
"지는 건 아직 일러요. 더 큰 꽃송이를 피워야죠, 안 그래요?"
"아, 그게 지난번 선생님의 개인전 타이틀이었죠? 잔화요란."
"맞아요, 아직 다 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 - p. 217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 헷갈리지 않고 그저 경악을 거듭하며 읽어나갈 수 있다. 그렇게 각각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한답시고 남에게 보이는 자신을 생각하며 행복한 척 살아가는 여자들. 소설은 그들을 보여주며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시기와 질투로 피어난 화려한 꽃. 마성의 남자인 소타로 인해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의 관계가 꼬이는 모습이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로 인한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균형을 맞춘다. 막장 드라마스러운 내용이지만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그녀들 각각의 시각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그녀들의 심리를 보게되어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과 질투때문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성장하기도 한다. 연애지옥이라는 말이 맞다는 듯 많은 관계가 어그러진다. 이런 세상에서는 류코처럼 홀로 우뚝 서는 것이 답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시들기 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잔화요란을 제목으로 정하고, 또 시들어도 다시 피는 꽃에 여자들을 비유함으로써 사랑으로 성장해나가는 여자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그들은 다시 시들어가겠지만, 또 그만큼 아름다울테고, 그렇게 시든 다음에는 또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