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인문교양 :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검열과 탄압의 역사! 굉장히 흥미로운 책,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를 읽었다. 왠지 '금서'라고 하면 음란하고 잔인한 소설, 이념서와 같은 정치적 문제서적일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놀랍게도 이렇게 금지된 책들에는 닥터 지바고, 피가로의 결혼, 데카메론, 호밀밭의 파수꾼, 거미 여인의 키스, 율리시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적-게다가 명작-들도 많다. '책이 진실을 말하면 금서가 된다.' 옮긴이가 쓴 말처럼 금서로 지정된 책들은 나름대로의 말할 자유를 금지시킨 것이다. 금지시키면 더 하고싶어지는 심리 덕분인지 금서목록으로 지정되어 책의 판매부수가 급증했다고도 하는데. 한 예로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뇌하던 인사가 그 책을 금서목록에 올려놓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우스운 일화도 존재한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 투쟁에서 권력이 책을 이긴 적은 한 번도 없다. - p. 12


책이 세상에 나와 금서가 되었다가 다시 해금되는 이 투쟁은 사회 진보와 시대 변혁의 과정이었다. - p. 13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 간 권력자들에게 헬렌 켈러가 나치의 분서에 항의하며 한 말 등을 인용하여 속시원한 일갈을 한 후 본격적으로 금서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은 총 5부로 나뉘는데 '1.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 :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으로 금서가 된 명작' '2.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 :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명작' '3. 다른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 :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금서가 된 명작' '4. 더러운 욕망으로 사회를 어지럽히지 말라 : 풍기문란이라는 누명을 쓰고 금서가 된 명작' '5. 어떤 언어로도 출판할 수 없다 : 금서 역사에서의 주요 작가들'의 목차로 이어진다.


금서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자유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다. - p. 13


당신들이 사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 p. 14


그들은 그저 인내하고 기다린다. 동세대 사람들이 실망스러운 대답만 안겨주면 그것들은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에 희망을 넘거준다. 비운의 걸작들은 시간에 희망을 건다. - p. 23


  주로 권력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행해진 금서조치. 금서로 이어지게 된 책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에 어느 사상이 위협이 되었는지, 어떤 비판이 용납되지 않았는지가 명명백백하다. 심지어 성직자조차도 관련되었던 금서의 역사. 관련 금서의 내용을 잘 모를 사람을 위해 그 책의 전반적인 내용부터 어느 내용이 어느 사상이나 비판 등에 의해 문제가 되었고, 누가 어느식으로 금지 조치를 내렸는지, 또 언제 어느 방식으로 해금이 되었는지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무려 기원년 410년 부터 시작된 금서조치가 지식과 사상의 전파가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이루어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책이 어느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를 거꾸로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도 검열삭제하는 일도 서슴지 않게 행하는 지배권력은 앞으로도 '과거의 금서목록'을 해금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금서목록'을 작성할 것이다. 하지만 용기있는 작가들에 의해 투쟁의 역사는 계속해서 쓰여질 것이고, 또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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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익 실전 1200제 - 기출 빅데이터로 재구성한 신토익 실전 모의고사 빅토익 시리즈
시원스쿨 영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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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토익 모의고사 : 빅토익 실전 1200제



 

  토익이 신토익으로 변경되고 나서 새로운 교재들이 출간되고 있다. 원래도 개정판, 증보판 하며 재출간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새로 신토익을 겨냥한 문제집을 출간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것을 사야 좋을지 공부하는 입장에서 혼란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시원스쿨 영어연구소에서 자신있게 출간한 '빅토익 실전 1200'은 토익 기출 빅데이터로 재구성한 신토익 실전 모의고사라고 한다.


  'ETS의 신토익 기출문제를 100% 구현한 국내 최초의 신토익 실전 모의고사'를 모티브로 내세운 이 문제집은 신토익이 시작된 2016년 5월 이후에 신토익 기출문제를 연구하여 지금까지 출제된 신토익의 난이도, 문제유형별로 문항 구성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적중률이 높은 구성으로 적용한 신토익 모의고사라고 한다.


  지난 10년간의 토익 기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신토익의 메커니즘을 적용해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을 선별 출제함으로써 실제 기출 될 문제와 싱크로율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토익 모의고사 문제집! 벌써부터 점수가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이렇게 '빅토익 실전 1200제'는 빅데이터 정밀 분석에 기초하여 출제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어 모의고사를 개발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있게 책 날개에서 그 자신들의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기출시험과 동일한 파트 비중의 문제 반영과 심지어 난이도 배열 규칙에 따른 문제도 배치했다는 점! 신토익에서 파트 7이 어려워졌다고들 하는데 그 난이도도 반영하여 더더욱 실전과 비슷한 모의고사로 준비했다고 한다.

  문제를 직접적으로 풀어보기 이전에 책에 대한 설명과 구성, 특징을 설명하고 게다가 각 파트에서는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할지 핵심 전략과 문제푸는 요령들을 몇 장에 걸쳐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문제들 뿐만 아니라 부록도 있다는 점! '시험 전날과 당일에 보면 최소 50점은 더 오르는 소책자 부록'이라고 자신있게 이름붙인 부록은 총 4파트가 있다. 신토익 고득점 전략 비법노트, 최다 빈출 문법 포인트 Top20, 모르면 무조건 틀리는 어휘 선별 정리, 빅토익 실전 1200제 Paraghrasing 총정리가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촉박할 때 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어 시험보기 직전에 보기 좋을 것 같다.


  학습플랜도 제시해주고 그에 따른 각 회차 당 테스트 날자와 점수, 학습단계를 표시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처음 신토익 모의고사를 접하는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식으로 모의고사를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히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집필한 시원스쿨영어연구소에서는 LC파트를 위하여 실제 토익과 같은 속도, 같은 성우로 녹음한 'Test용 음원 mp3'와 좀 더 빠르게 플레이되고 파트별 디렉션과 pause를 삭제한 '복습용 음원 mp3'를 시원스쿨랩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나처럼 연초가 되면서 토익공부를 신년 목표로 세운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모의고사를 풀고싶을 때 이 빅토익 1200제로 6회분 모의고사를 풀면서 시험 전 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어가 참 중요한 시대, 고등학교 졸업하고 끝이라고 생각했던 영어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숙제로 남아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새로운 유형에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시원스쿨 빅토익 1200제도 풀면서 신년에는 꼭 토익 정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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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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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소설 : 흔적

 

 

 

  작품의 목차가 참 인상깊다. 불꽃, 손자국, 반지, 화상, 비늘, 음악. 이런 단순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들이 참 좋다.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사랑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기에 이 모든 목차를 관통하는 제목을 '흔적'이라 지었나보다. 2013년 제150회 나오키상에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제20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치하야 아카네의 '흔적'은 6가지 단편소설집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이을 일본 차세대 감성 소설 작가로 주목받는 치하야 아카네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더욱 궁금해지는 소설집. 여섯 남녀의 살아온 인생이 담겨있을 것 같은 흔적. 책을 읽고 그들의 흔적을 읽어내고싶어 책을 펼쳐들었다.


 

남자는 사라지지 않는 불꽃을 줬다. 그것은 잿불로 남아, 나 안을 채우고 있다. - p. 38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많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각기 다른 여섯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알게모르게 서로 얽혀있다. 결혼하기 전 관계성과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는 여자와 그녀에게 사라지지 않는 불꽃을 주고 스러진 남자, 그 남자가 죽고 난 뒤에야 그의 그림자를 느낀 부하직원, '보통'이라는 커트라인에 집착하고 특별함에 대해 동경하며 그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아내와 어느 낡은 아파트의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이웃집에 얹혀 사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자학을 시작한 아름다운 여자, 그녀를 재워주고 있는 남자, 그녀가 자주 찾아가는 술집에서 피들을 연주하는 여자와 수족관 직원. 이렇게 총 6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나오지 않은 주인공의 이름이 다른 인물의 장에서 무심하게 툭 튀어 나오는 등, 소설 내엔 그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각 파트마다 관계성이 이어지며 그들의 흔적이 책 안에 들러붙어 있다.


남자가 죽은 것은 반년 전. 죽기 전에는 딱히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그런데 죽은 그 순간, 그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 p. 43


 

  그들은 사랑을 찾아 헤메고, 사랑에 상처를 받아 그 흉터를 흔적으로 남겨 현실을 살아간다. 이들은  각각의 불꽃, 손자국, 반지, 화상, 비늘, 음악의 각 파트에서 사라지지 않는 불꽃, 옥상에서 걸터앉아 남긴 손자국, 하얗게 남은 혹은 그림으로 남아버린 반지자국, 등 뒤에 화상처럼 남은 흔적들, 방 구석구석 떨어져있는 비늘같은 콘텍트렌즈, 내일 세상에 끝난다 해도 물고기도 사람도 사랑은 할 것이라고 알려준 음악까지. 그 파트의 주인공에게 목차와도 같은 흔적을 남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단편소설들은 사랑의 영원이나 행복에 대해 다룬다기 보다 사랑의 부재나 상실, 혹은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싶어하는 수단으로 다루며 그에 따른 상처 등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며 그것을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어떻게 확인받고싶어하는지, 그로 인해 자해까지도 실행하게 되는 그 강렬한 흔적들. 그에 따른 감정들. 그로 인해 그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고 사랑에 대해 재정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짧은 페이지의 책을 그들의 감정에 끌려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며칠에 걸쳐 읽어야만 했다. 그렇게 책을 전부 읽고나니 참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 책 또한 나에게 흔적을 남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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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못한 말
김요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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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세이 : 그때 못한 말


 

 

  작가 싸인이 프린팅 되어 있는 예쁜 시집같은 에세이, '그때 못한 말'.  다음 계절에서도 당신을 기다릴게요. 라는 문구가 싸인과 함께 쓰여있었다. 인스타그램 시인 '못말'로 인스타그램의 스타작가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상이나 감정을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었다는 25세 청년은 이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는 공감의 글을 써낸다. 못말(mot_mal)이라는 필명은 ‘moment of truth’에서 따온 것으로, 진실의 순간에 못한 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그 필명과 흡사한 짤막한 말이 책 타이틀이 되었다. '그때 못한 말'.


"보고 싶어" 한 마디면 무너질 아흔 아홉 마디의 새벽 - p.114

너는 어디쯤 서성이다가 어느 계절을 돌고 돌아 나의 세상에 닿을까 - p. 198

내게 허락된 너의 표현들을 전부 기록하고 싶어. 너의 시적 허용은 어디까지일까 - p. 263


  책 또한 그의 '새벽감성'을 한아름 담아둔 듯 감성적인 이미지와 함께 글이 배치된 페이지도 많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싸우고 나서도 무슨 말이든 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 '너'와 이별한 사람. 그 둑에 갇힌 듯 감정이 넘실거리는 사람들에게 물방울 하나 톡 떨어뜨려 넘쳐흐르게 만드는 김요비 작가. 수 많은 감정으로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이미 오래전
나를 외면한 너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밤을 조각냈고

잠이 올 리 없던 나는
밤새 그 조각을 모아다가

어김없이,
그리움이라 적었다

 

너를 모으던 밤에 / 김요비 - p. 28


  잠들지 못하는 새벽, 누군가의 작은 따스한 말이 그리울 때. 그럴 때 이 '그때 못한 말'을 집어들면 참 좋을 듯한 치유에세이. 굳이 사랑과 이별에 아파하지 않는 이들도 현실에 지쳐 생각하는 것도 힘든 날에 읽으면 상처를 보듬어주는 느낌이 들 책이었다.

사실, 서운함의 절반은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네가 충분히 서운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서운함 / 김요비 - p. 54

 

  읽고 나면 내 곁의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아픔을 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고, 내 진심을 내뱉지 못해 상처를 받게 된 내 어린 시절과 '너'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어지던 작품. 새벽감성의 정수라고 하니 늦은 밤에 커피와 함께 읽으면 딱 좋을 듯 하다. 공감과 힐링을 얻고싶은, 감성적인 시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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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화요란
오카베 에츠 지음, 최나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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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 잔화요란



 

  읽으면 읽을수록 와, 이 소설 막장이네! 했던 소설 '잔화요란'. 이 소설은 일본 TBS 방영된 화제의 드라마 '아름다운 함정-잔화요란'의 원 소설, '잔화요란'이라고 한다. 드라마의 소개 내용에 보면 '유부남 상사와 불륜에 빠진 주인공이 후에 배신을 당해 이를 복수하게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드라마의 내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상사 부인에게 복수를 당하는 이야기로 여러 연령대의 여자들이 나와 그들의 숨긴 마음을 각각의 시각에서 보여줘 그들이 감추고 있는 욕망, 분노, 시기, 질투, 자존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에 그치지 않고 그녀들 각각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 그를 꽃에 비유하고 있다. 


  꽃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을 뜻하는 잔화, 어우러져 피었다는 뜻인 요란을 합친 잔화요란은 떨어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 책 소개 본문 중에서


  꽃에 비유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듯 이 각각의 여자들이 모이는 곳은 꽃의 이름을 주로 쓰는 료코의 '서예교실'. 이 곳에 모인 세 사람은 꽃을 사랑하는 서예가인 료코에게 서예를 배우며 알게된 친구라기엔 먼 사이. 그 중 리카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두 사람인 미카와 이즈미에게 결혼준비를 도와달라고 한 일로 얽히게 된다.


행복 같은 건 사실은 이 세상에는 없고, 그저 행복한 척을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닐까? - p. 123


  리카는 사실 유부남인 상사와 불륜을 하던 중이었다. 그 상사인 소타의 부인인 미츠코가 그녀를 떨궈내기 위해 미츠코 자신을 좋아하는 케이치와의 맞선을 중매하게 되고, 그 건을 케이치가 받아들이게 되며 그 둘의 결혼이 성사되게 된 것. 그런데 골때리게도 리카를 시기한 서예교실의 미카는 의도적으로 케이치에게 접근해 결혼하기 전까지 그와 섹스 파트너라는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게 나야. 날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지키는 사람. 그게 나야. - p. 287


  그런 와중에 미츠코와 소타의 딸 미우는 어머니를 싫어하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철부지없는 그러나 그녀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딸. 그녀는 아름다움과 기품을 과도하게 중심하는 어머니에 질려있던 참에 아버지의 불륜사실을 알게되고, 심지어 그 내연녀가 자신이 친오빠처럼 따르던 케이치의 부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어머니에게 더욱 질려하며 아버지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그런 그녀가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소설 내에서 가장 골때리는 일을 벌이게 되는데, 바로 내연녀인 리카의 이름으로 그녀와 같은 스타일로 꾸미고 AV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것! 거기에 남편과의 불화가 있는 이즈미부부까지. 다양한 관계로 얽히며 그들은 점차 불행속으로 빠져가는 듯 하다.


"지는 건 아직 일러요. 더 큰 꽃송이를 피워야죠, 안 그래요?"
"아, 그게 지난번 선생님의 개인전 타이틀이었죠? 잔화요란."
"맞아요, 아직 다 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 - p. 217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 헷갈리지 않고 그저 경악을 거듭하며 읽어나갈 수 있다. 그렇게 각각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한답시고 남에게 보이는 자신을 생각하며 행복한 척 살아가는 여자들. 소설은 그들을 보여주며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시기와 질투로 피어난 화려한 꽃. 마성의 남자인 소타로 인해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의 관계가 꼬이는 모습이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로 인한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균형을 맞춘다. 막장 드라마스러운 내용이지만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그녀들 각각의 시각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그녀들의 심리를 보게되어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과 질투때문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성장하기도 한다. 연애지옥이라는 말이 맞다는 듯 많은 관계가 어그러진다. 이런 세상에서는 류코처럼 홀로 우뚝 서는 것이 답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시들기 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잔화요란을 제목으로 정하고, 또 시들어도 다시 피는 꽃에 여자들을 비유함으로써 사랑으로 성장해나가는 여자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그들은 다시 시들어가겠지만, 또 그만큼 아름다울테고, 그렇게 시든 다음에는 또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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