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 런던의 여행자 - 마법의 그림자
V. E. 슈와브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영미 판타지 소설 : 레드 런던의 여행자
런던과 런던, 런던, 그리고 런던. 이 책은 네 곳의 런던에 관한 이야기다. 마법의 존재조차 잊은 지루한 그레이 런던, 마법이 번성하는 켈의 레드 런던, 마법이 죽어가는 힘의 도시 화이트 런던, 그리고 마법이 모든 걸 파괴해버린 블랙 런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마법 소설이 또 나오다니! 해리포터를 인상깊게 접하고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기에 참 기대가 되었다.
저자 V. E. 슈와브는 미국의 판타지소설 작가로 2013년에 발간한 '비셔스(Vicious)'라는 첫 소설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등장했다고 하는데 비셔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아 국내에 선보이는 작품은 이 '레드 런던의 여행자'가 처음인 것 같다. 원제는 A Darker Shade of Magic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레드 런던의 여행자'로 제목을 바꾸고 마법의 그림자라는 원제는 부제로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소설 제목으로 좋을 것 같지만 표지랑 잘 어울리는 지금의 제목도 나쁘진 않은 듯 하다. 켈이 블랙 런던에서 레드 런던으로 건너오는 듯한 표지가 참 매력적이다.
마법에 있어 골치 아픈 점은 힘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는 점이다. 힘이 부족하면 우리는 약해진다. 반대로 그 힘이 너무 강하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 런던 사원의 사제장 티에렌 세렌스 - p. 10
여러 런던을 오갈 수 있는 4개의 런던에 딱 둘만 존재하는 '아타리'. 이들은 피까지 움직일 수 있는 마법에게 선택받은 이들이다. 혈통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아타리는 레드 런던의 '켈'과 화이트 런던의 '홀랜드' 단 둘뿐. 이제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희귀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한쪽 눈은 모두 새카맣게 되어있어 누구나 그를 알 수 있다. 그들 중 '켈'이 이 책의 주인공.
딜라일라 바드는 단순한 원칙에 따라 살았다. 손에 넣을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빼앗을 가치도 있다는 것. - p. 79
켈은 마법이 여전히 번성한 레드 런던의 왕가에 속해 있다. 왕자님이라고 불리고 함께하지만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데서 오는 공허함을 여러 런던을 돌아다니며 밀수를 취미로 삼아 풀고 있는 켈. 그는 어느 날 검은 돌의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그 돌을 소매치기한 딜라일라 바드. 그렇게 둘은 인연이 닿아 서로를 구하고, 음모에 대해 파헤쳐가며 그 돌을 제자리에 돌려놔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한다.
비타리는 순수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모든 마법은 규칙과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비타리는 곧 창조였지만 창조할 수 있는 건 곧 파괴할 수도 있었다. 마법은 없어질 수 있었다. - p. 511
마법의 결정체와 같은 대단한 힘을 가진 검은 돌은 이미 마법에 의해 파괴된 도시, 블랙 런던의 돌이었다. 그 곳의 어떤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돌인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가 힘을 쓸 때마다 그 대가로 어둠으로 물들이는 위험한 돌. 이 돌로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음모와 계략이 가득한 화이트 런던의 군주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 다른 세계에까지 간섭할 수 있게 된 위험한 그들로부터 켈과 라일라는 쫓기고, 위협을 당하고, 자신의 세계에서조차 의심을 받는다.
검은 돌에서 떨어져나온 그림자는 점점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다니며 레드 런던의 왕궁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왕궁 내부가 이미 먹힌 채 켈은 수배령까지 받게 되는데. 켈은 검은 돌을 무사히 블랙 런던으로 돌려 놓기 위해 라일라와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마법은 세상을 마음대로 구부리고, 새롭게 만들었다. 그중에는 고정된 지점들이 있었다. 보통은 고정된 장소였지만 때로 아주 드물게 사람인 경우도 있었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움직이는 사람인데도 라일라는 여전히 켈의 세상에 툭 튀어나온 고정 핀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분명히 툭 하고 걸리게 될. - p. 538
이 책에서 다뤄지는 것은 마법과 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순수한 힘도 인간이 얻게 되면 욕망의 도구로 변하게 된다. 아타리였기 때문에 무욕에 가까울 정도로 마법이라는 힘에 대해서는 갈망이 없던 켈조차도 돌을 손에 넣은 순간 그 돌을 갈망하게 된다. 이 힘에 좌우되지 않는 것은 의외로 소매치기인 라일라였다. 그녀는 가치가 있는 물건을 훔치는 소매치기였지만, 그녀가 그 물건들로 사고싶어 하는 것은 돈같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유'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돌의 지배에 빠지지 않을 만큼 영리했다.
매력적인 세계관 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 한 권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켈은 이제 새로운 관계를 다져갈 것이고, 라일라는 자유를 얻었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해적이 되고 싶어하는 그녀는 밤하늘과 같은 배 한 척을 눈여겨보았다. 그들은 이제 서로 다른 영역으로 달라지겠지만 그들의 이야기 안에서 다시 합쳐지는 순간도, 언급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다른 이야기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