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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독일소설 : 속임수
'다른 아이'를 재미있게 읽었던 샤를로테 링크의 신작 '속임수'가 나왔다. 이번에도 인간의 이면에 감추어진 알 수 없었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엔 거기에 사람들이 잊은 사건의 피해자들의 영원한 트라우마와 고통을 가미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무런 악의 없이,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하게 - p. 571
처음에 이야기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과 연관될 지 알 수 없도록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도입부부터 굉장히 흥미롭다.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리고 그 아이가 안 좋은 일을 당할 것이라는 암시를 강하게 내포하는 전개를 이어간 후 급작스럽게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그 아이의 이야기는 결말부에 다다를 때까지 다시 나오지 않는다.
책은 크게 두 갈래 이야기로 전개된다. 아이를 원해 8번이나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재정만 파탄나고 아이를 얻지 못해 입양을 한 부부와 생모와의 얽힌 악연, 그리고 잔인하게 살해당한 명망 높은 형사 아버지인 리처드 린빌의 딸 런던 경찰국 강력계 형사 케이트가 아버지 살해사건의 진상을 알고싶어 파헤치는 이야기.
케이트는 휴가를 내고 스캘비로 가서 아버지 살해사건을 수사하는 스카로보경찰서의 형사들과 관계가 얽힌다. 그러면서 아버지 살해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인물로부터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그 인물을 만나러가지만, 그 인물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잔혹하게 살해당한채로 발견된다. 그렇게 연쇄 살해 사건으로 번진 이 사건이 아버지의 과거와 연관이 되어있음을 알아채고 무슨 과거 사건으로부터 이 흉악한 연쇄 살인이 야기되었는지 파헤치는데 골몰한다. 하지만 그녀는 런던경찰서에서 인맥을 받고 들어왔다는 뒷소문이 들만큼 특별한 수사방식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이야기를 스카로보 경찰서 사람들도 알고 있다. 심지어 그녀는 휴가중이고 다른 관할지역의 형사이기에 사사건건 스카로보 경찰서의 형사와 부딪힌다.
한편 아이를 입양한 부부는 생모에게 연락을 받고 만나게 되는데, 생모의 현 애인이 수상하다. 그들의 휴가지역을 살피는가 하면 생모를 학대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아이를 위해 생모와 만났을 뿐 그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환경이라고 못박지만 여전히 생모의 남친은 히죽거리며 그들에게 의문스러운 점을 보인다.
이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전개가 되어감에 따라 서서히 얽혀들어가며 흥미진진해진다. 여기에 부부와 관련이 있는 함자 칼리드라는 과거 이라크의 비인간적인 인권탄압의 희생자도 사건에 도움을 주는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게 점점 끔찍한 사건의 진실이 점점 드러나게 되는데...
이 책은 몇 사람의 사례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선입견이 얼마나 많은 다른 가능성을 없애며 눈을 멀게 만드는 지도 보여준다. 또한 정의란 무엇인지, 평생을 존경받았던 사람의 치명적인 한 실수가 얼마나 잔혹한 결말을 야기하는지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현재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이슈가 되지 않는 과거 사건의 희생자들이 어쩌면 트라우마에 걸려 평생을 힙겹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특히 복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절망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감상도 남기게 해주는 날카로운 스릴러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