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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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소설 : 꿈꾸는 탱고클럽

 


​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라는 2014년 독일에서 출간된 '꿈꾸는 탱고클럽'을 출간 전에 읽게 되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잘나가는 엘리트가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게 되는 인생의 전환점이란 과연 어떤것일까. 표지부터 유쾌한 이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행복을 안겨줄지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역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다시 그의 편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버는 한없이 기뻤다. - p.207


  완벽한 업무 수행 능력을 자랑하는 그가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이들은 학습 장애를 겪고 있어 수업 진행은 더뎌지고, 어서 미션을 완료하고 난 뒤 아이들과 헤어지고 본래의 완벽한 삶을 되찾으려는 가버는 속이 타기만 하는데.. 이랬던 그가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지가 충분히 공감 있는 전개로 이어졌다.


모든 일을 능숙하고 치밀하게 생각한 뒤 결정하는 잘나가는 기업 컨설턴트, 언제나 플랜 B가 있었던 가버였다. 그의 세계에 예상치 못한 일이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이성이 예상치 못한 일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전술과 전략이 뛰어났으니까. 그 부분에서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전술과 전략 같은 걸 무시해도 만족스러웠다. 때론 느낌을 따라야 한다. 느낌을 따랐더니 기분이 좋았다. - p. 358-359

  '초절정 냉혈한 바람둥이가 뜻밖의 날벼락으로 아이큐 85 천방지축 아이들의 춤 선생이 되다!' 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눈길이 가던 이 소설은 나에게 결국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졌다. 아이들의 각각의 가정사, 주인공인 가버 셰닝의 과거.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약한 모습을 서로 공유하며 공감하고 결국엔 삶의 의미를 새로 찾는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약점을 잡혀 어쩔 수 없이 댄스 교사가 되지만, 거기에서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공감의 주요 요소로 춤, 그 중에서도 탱고가 역할을 해내는데 아이들이 춤을 익히고 공연을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 자체가 공연 성공 여부와는 관계 없이 감동을 진하게 전해준다. 현대 사회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 것이며, 또 각박하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진정 삶을 의미있게 살고있을까. 아이들이 각자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도 좋았지만, 가버가 자신에게 의미있는 삶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이 더더욱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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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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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세이 :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한국이 이렇게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라였던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를 읽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개그맨보다 재미있다는 그는 2006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현재까지도, 그리고 아마 삶의 남은 인생을 모두 한국에서 보낼 것 같다고 하는 글을 쓰는 기자이자 작가다.


  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영국과 한국의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또 비슷한 점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영어로 쓰는 줄임말 같은 유익한 정보를 알게 되기도 하고, 또 그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찜질방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역시 음식 문화에 대한 점인데 토스트라는 같은 말이 영국과 한국에서 어떻게 다른지도 볼 수 있었고, 먹방 티비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도 참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역시나 떡에 대한 점은 빠지지 않았고! 고기를 많이 먹게 되는 문화에 대해서도 주의를 짚어주는 세심함을 보인다. 안주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항상 맥주를 들고 펍에서 병째 마시는 장면들이 안주문화가 딱히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거였다니. 그래서 안주를 대체할만한 영어표현이 적절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11년 살아오면서 한국 문화에 많이 익숙해진 영국인의 눈으로 새롭게 한국을 다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내년이면 한국 영주권을 획득해 지방선거의 투표권자가 된다는 진짜 한국인이 되는 팀 알퍼의 유쾌해서 술술 읽히는 에세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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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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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제 15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가 실려있는 여섯 개의 단편집이 실린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도 수록된 단편과 같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드는 제목과 그에 걸맞는 표지여서 어떤 뭉클한 이야기를 읽게 되려나 했는데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표제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또한 청년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발사의 현재와 이발사가 스스로 말하는 과거회상을 뒤쫓아가며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처음에 봤던 소설인 '성인식'이었다.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항상 그 기억에 파묻혀 쓸쓸하게 살던 부부. 딸의 영상을 보며 눈물 짓는 나날을 견디다 한 계기로 인해 충동적으로 딸을 대신해 성인식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그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먹먹하고 가슴을 울리게 만들어줬다. 신파를 자아내기보다는 담담한 문체로 그들 또한 나름의 어떠한 성인식을 치르게 되는데 그 20대 사이에 섞여 비웃음을 받아내면서도 인생의 한 단계를 더욱 성숙하게 밟아낸 부부가 참 아름다웠다. 그들을 보는 문은 이렇게 짧은 단편의 한 순간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그들은 아픔을 딛고 잘 살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 이외에도 가정폭력이 엿보이는 가출한 두 아이의 이야기인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남편과의 다툼을 계기로 친정에 갔다가 매일밤 기묘한 문자를 받고 남편과의 과거 편지를 주고받았던 내용까지 교차로 등장하는 '멀리서 온 편지', 자신을 투영해 어린 딸들에게 미술과 방침을 강요하는 어머니로부터 멀리 떨어져 산 딸이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느끼는 감정을 담은 '언젠가 왔던 길', 죽은 아버지의 시계를 수리하러 간 시계방에서 주인과 대화하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때가 없는 시계'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세상사 가족들은 저마다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서.. 따뜻한 이야기도 있었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기에 여러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선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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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범죄 X-파일 -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
클레어 엮음 / 에코차이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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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 중국범죄 X파일

 

 

  최근 중국의 현대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중국의 또다른 모습도 보게 된다면 더욱 그들의 두려움이나 범죄 대처방식 등을 세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보게 된 '중국범죄 X파일'. 중국범죄는 정말 사건사고 스케일이 남다를 것 같았는데 담담하게 서술해놨지만 정말 무서운 강력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


  최대 매관매직사건, 데이트 강간 사건, 연쇄살인사건, 독극물 살인 사건 등 범죄 자체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던 사건이지만 중국의 사회적 배경과 결부되어 중국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다른 판결 형기를 알 수도 있었다. 또한 재판과정과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 엿보여 조금 더 중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4건의 범죄가 들어있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27년간 묻혔던 진실이라는 중화인민공화국 최초 연쇄살인인 롱즈민 연쇄살인 사건이었다. 무려 40명 가까이 연쇄살인을 당했는데도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으며 단 둘의 범행, 심지어 한 사람은 하체마비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에서 정말 경악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 '푸얼다이', '량라오런유엔' 등의 신조어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 것들은 중국 현대 작품들을 읽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예전에 중국소설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를 읽었을 때 저자인 다빙이 은공예를 한창 배우던 시절 독극물 중독 의심을 하며 칭화대학 여대생 탈륨 중독 사건을 언급했었는데 그 사건이 이 책에 나와있어서 자세히 내막을 알 수 있었고, 그 책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의 범죄사건들을 통해 현대 중국 사회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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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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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 저스티스맨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스파링'으로 수상하고 나거 바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도선우의 '저스티스맨'. 이 책은 연쇄살인과 인터넷 누리꾼들의 보이지 않는 권력세계와 폭력을 얽어 속도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곱 건의 살인들, 하지만 피살자 간에는 공통점이 없다! 경찰은 범인의 행적은 커녕 꼬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공권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로가 나선다. 인터넷 상의 누리꾼들은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피살자들의 사진, 그들의 과거, 온갖 자료들이 공유되고 경찰은 그 중 범죄 사진들을 지우고 다니지만, 제대로 일이나 하지 이런데만 신경쓰냐며 비웃음을 산다.


  이런 양상에서 저스티스맨이 등장한다. 닉네임부터 범상치 않은 그는 카페를 만들어 이 피살자들의 관계성을 밝혀내는 가설을 하나하나 게시글로 써낸다.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점점 카페에 유입하는 인구들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가설이 들어맞고 있었으니까! 이 연쇄살인범이 본인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납득이 가고 신박한 가설들은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점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이지만 동기는 밝혀진 듯 보이자 누리꾼들은 이제 범인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들은 관련이 없으니까. 이제 연쇄살인마는 그들에게 킬러라는 별칭으로 새로 불리며 그가 점점 정의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응당 피살자들에게는 죽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정의감에 사로잡힌 그들은 살인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다음 피살자가 누구인지 유추하는 단계에 이르른다.


  그 와중에 저스티스맨은 권력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가 킬러라는 것은 은연중에 공식이 되었고, 누리꾼들은 그에게 회장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말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어떤 의견에 지지를 보내면 누리꾼들은 그를 따라 그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카페는 폭발적인 가입자를 가지며 거대 집단으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전환점이 생긴다. 피살자들 중에 카페 회원과 관련 있는 자가 생겼고, 또한 누리꾼들이 생각하기에 이전 피살자들과 다르게 함부로 욕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하고, 저스티스맨이 또한 킬러가 정말 정의가 맞는가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연쇄살인마의 정체나 왜 그들을 살인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누리꾼들의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었고,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어떻게 소수와 다수로 나뉘어 지는지, 또 왜 소수가 어떻게 핍박받는지 등 군중심리와 인터넷 세계, 연쇄 살인 사건들이 접목되어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또한 마지막에 범인이 등장하고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개도 참 깔끔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 그런 막 생긴 권력을 또 다른 권력이 어떻게 누르는지. 그리고 그 또 다른 권력의 정체는 뭐였는지. 이런 점들도 생각하면 더더욱 재미있을 작품 저스티스맨. 도선우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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