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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한국소설 : 저스티스맨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스파링'으로 수상하고 나거 바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도선우의 '저스티스맨'. 이 책은 연쇄살인과 인터넷 누리꾼들의 보이지 않는 권력세계와 폭력을 얽어 속도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곱 건의 살인들, 하지만 피살자 간에는 공통점이 없다! 경찰은 범인의 행적은 커녕 꼬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공권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로가 나선다. 인터넷 상의 누리꾼들은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피살자들의 사진, 그들의 과거, 온갖 자료들이 공유되고 경찰은 그 중 범죄 사진들을 지우고 다니지만, 제대로 일이나 하지 이런데만 신경쓰냐며 비웃음을 산다.
이런 양상에서 저스티스맨이 등장한다. 닉네임부터 범상치 않은 그는 카페를 만들어 이 피살자들의 관계성을 밝혀내는 가설을 하나하나 게시글로 써낸다.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점점 카페에 유입하는 인구들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가설이 들어맞고 있었으니까! 이 연쇄살인범이 본인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납득이 가고 신박한 가설들은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점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이지만 동기는 밝혀진 듯 보이자 누리꾼들은 이제 범인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들은 관련이 없으니까. 이제 연쇄살인마는 그들에게 킬러라는 별칭으로 새로 불리며 그가 점점 정의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응당 피살자들에게는 죽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정의감에 사로잡힌 그들은 살인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다음 피살자가 누구인지 유추하는 단계에 이르른다.
그 와중에 저스티스맨은 권력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가 킬러라는 것은 은연중에 공식이 되었고, 누리꾼들은 그에게 회장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말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어떤 의견에 지지를 보내면 누리꾼들은 그를 따라 그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카페는 폭발적인 가입자를 가지며 거대 집단으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전환점이 생긴다. 피살자들 중에 카페 회원과 관련 있는 자가 생겼고, 또한 누리꾼들이 생각하기에 이전 피살자들과 다르게 함부로 욕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하고, 저스티스맨이 또한 킬러가 정말 정의가 맞는가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연쇄살인마의 정체나 왜 그들을 살인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누리꾼들의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었고,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어떻게 소수와 다수로 나뉘어 지는지, 또 왜 소수가 어떻게 핍박받는지 등 군중심리와 인터넷 세계, 연쇄 살인 사건들이 접목되어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또한 마지막에 범인이 등장하고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개도 참 깔끔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 그런 막 생긴 권력을 또 다른 권력이 어떻게 누르는지. 그리고 그 또 다른 권력의 정체는 뭐였는지. 이런 점들도 생각하면 더더욱 재미있을 작품 저스티스맨. 도선우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