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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미 스릴러 소설 : 비하인드 도어
Behind Closed Doors
굿리즈 최고의 데뷔 소설상과 최고의 스릴러 소설상 후보에 올랐다는 B. A. 패리스의 데뷔작 '비하인드 도어'를 읽었다. 완벽한 쇼윈도우 부부의 끔찍한 이면성을 다룬 이 소설은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었다고 한다. 완벽해보이는 커플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비하인드 도어'는 모자라지도 않은 지성인이 헛점을 파고들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넣는 일이 얼마나 어이없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지 보여주며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해준다.
잭은 내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공포야말로 최고의 재갈이다. - p. 112
그레이스에게는 자신보다 아끼는 동생 밀리 해링턴이 있다. 그리고 밀리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스와 밀리의 부모는 밀리를 맡고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리는 그레이스가 책임져야 했다. 그렇기에 그레이스는 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되어도 오래 지속시키지 못했는데, 우연히 공원에서 밀리가 악단 연주에 맞춰 왈츠를 추다가 밀리와 함께 춤을 줘주는 잭과 만나게 된다.
잭 엔젤이라는 남자가 있다.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승률 100%에 근사한 외모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다. 심지어 그 완벽한 남자는 자신의 동생 밀리를 꺼리지 않으며 그녀와 결혼하더라도 그 곳엔 밀리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결혼하자고 말한 그는 그 뒤에는 직업을 그만두라고 말하며 형편없는 시설로 가지 않기 위해 간 동생의 비싼 학비는 자신이 부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레이스는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아버지가 그런 공포를 다른 인간에게 주입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소년의 공포는 존경심으로 바뀌었고 아버지를 따라하기 시작했어. 곧 마룻널 아래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지. 공포의 냄새는 가장 진한 향수가 되었어. 소년은 그렇게 커갔고 공포를 갈망하게 되었어. 그러자 아버지가 집을 비울 때면 소년이 권한을 넘겨 받아 어머니를 지하실로 끌고 갔어. 어머니는 자비를 호소하며 지하실에 가두지 말라고 애걸했지만 소년을 더욱 흥분시킬 뿐이었어. 그런 후 그 공포에 질린 소리에 취하고 냄새를 마음껏 들이 마시면서, 어머니를 그곳에 영원히 가둘 수 있기를 바랐지. - p. 114
그러나 완벽해보이던 잭 엔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모두에게 보일 때는 한없이 완벽하고 자상한 그가 결혼을 하자마자 돌변한다. 그레이스는 도망치려고 애를 쓰지만 모든 루트는 차단되고 자신은 어느샌가 주변에 정신병자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녀를 위해주는 척 하는 잭은 둘만 남게 되면 그녀를 공포에 젖게 하고 그런 자신에게 쾌감을 느끼는 악몽같은 사람이었다.
"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열심히만 찾으면 결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찾아보는 한편으로 자신의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도 마련했어. 뭔지 알겠어?" 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변호사가 되었어. 가정 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그러고 나서 뭘 했는지 알아?" 잭은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왔다. "너랑 결혼했어, 그레이스." - p. 115
그레이스의 탈출은 요원해보였다. 잭은 그녀에게 무력함을 안겨주고, 일부러 탈출할 수 있도록 틈을 준 뒤 희망을 갖게 되면 그걸 가차없이 부숴 희열을 느꼈다. 그레이스는 그런 상황에 점차 절망을 느껴간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잭 엔젤이 자신의 다운증후군 동생을 위한 방을 만들며 동생을 제 것으로 삼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당하는 것을, 혹은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을 동생이 겪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레이스는 그 때부터 동생을 집안에 들이는 날을 디데이로 삼고 잭 엔젤에게서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쓰게 된다.
지하에 있는 방을 생각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그를 죽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 완벽한 방법이었다. 제대로만 되면 너무나 완벽한 방법이라, 내가 굳이 그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다. - p. 276
잭은 변호사로서 명망높은 사회적 인사였기 때문에 어느정도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여길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기간이 되면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자신이 초대된 자리에 가며 그레이스를 동행시킨다. 그런 때 처벌을 주기 위한 잭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도 완벽한 부부를 가장하며 열심히 맞춰가는 그레이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모임에서 너무나 완벽한 그들 부부에게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짧지만 강력했던 심리 소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무서운 범죄를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 여자의 처절한 사투가 이어진다. 가장 무서운 건 동생으로 그레이스를 협박하면서, 또한 둘 모두 손에 넣기 위한 치밀한 남자의 계략. 과연 이런 악몽같은 상황에서 그레이스가 어떻게 처신할 수 있는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작가는 이 '비하인드 도어' 이후로 두번째 소설인 '브레이크 다운'을 발간했다고 하는데, 그 작품도 참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