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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일본소설 반짝반짝 공화국
○ 오늘부터 이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다. 남편이 된 미츠로 씨는 훨씬 더 잘생겨 보인다. - p. 12
작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 바로 '츠바키 문구점'이었는데요. 드라마로 나오고 서점대상 4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올해 속편이 나왔습니다. 바로 오가와 이토의 일본소설 반짝반짝 공화국인데요. 지난 권에서 연인이 된 미츠로와의 깜짝 결혼을 처음부터 독자에게 발표한 포포. 반짝반짝 공화국이라는 책의 제목은 포포의 가정을 의미하는 말이었어요. 이번 권은 큐피까지 세 가족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더라구요.
○ 대필가의 중요한 임무는 철저히 비밀을 엄수하는 것이라고, 선대에게 배웠다. 그 가르침은 지금도 내 깊은 곳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 p. 45
전 편은 대필 의뢰자들의 사연이 중점이 되어 사이사이에 포포의 인생이 보여지는 느낌이었다면 정 반대로 이번에는 사생활을 좀 더 집중해서 풀어내 포포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준 편이었습니다. 역시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편지로 적어내는 포포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사이사이에 대필을 의뢰하는 이들의 사연도 같이 녹아있어 이 대필 부분을 좋아하는 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었어요.
○ 다들 직접 편지를 쓰게 되면 대필가인 당신 일거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언젠가 붓펜을 사러 온 마담 칼피스가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없다. 그보다 나는 세상에서 우체통이 없어지는 쪽이 무섭다.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게 되면 우체통도 철거될지 모른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공중전화 숫자가 슬금슬금 줄어드는 것처럼 - p. 51
그렇기 때문에 츠바키 문구점을 읽지 않고 이번 오가와 이토의 반짝반짝 공화국을 보면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츠바키 문구점은 정말 재미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네요. 이번 권도 재미있었지만 더 나은 속편은 없다고 하는 말이 정말인지 제게는 전 편의 츠바키 문구점이 훨씬 더 좋았거든요. 대필이라는 생소한 소재, 의뢰인들의 사연들, 그리고 그 의뢰에 신중한 마음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 사연, 받는 사람까지 모두 생각해 편지지와 필기구, 잉크와 글까지 하나하나 정해가는 과정들이 신비로웠기 때문인데요. 마찬가지로 대필가였던 선대와 현대의 포포가 화해를 이뤄나가는 면도 찡했구요. 이번 권도 그런 점들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중심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흘러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낮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선대도, 그리고 미유키 씨도 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빛에 싸여 있다. 그러니까 괜찮다. 내게는 반짝반짝이 있다. - p. 292
그래도 다음 권이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선대와 화해한 포포가 가족을 이루고, 그리고 또 그 가족에게 다른 가족에 대한 조언도 얻게 되고. 그렇게 조금 더 내면이 단단해진 포포가 다른 사연들에 어떻게 대처할지 성장한 모습이 보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계속 오가와 이토의 시리즈물로 단단히 입지를 다져 포포에서 포포의 아이, 혹은 큐피까지 가업이 물려지는 모습까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나온다면 다음 권의 포포는 아마 아이를 갖지 않을까 싶은데, 포포의 아이는 어떨지, 큐피와의 관계는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