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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ㅣ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 다음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 p. 13
히익..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처음엔 음.. 짝사랑인가? 싶었는데 직장상사가 여자라는 걸 알고 제목을 보자마자 소름이 쫙 끼쳐오던 일본소설 유즈키 아사코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읽어봤어요! 과연 어떤 발암으로 신세계를 보여주려나..하고 기대반 불안반으로 펼쳐보았는데요. 생각보다 둘의 관계도 케미가 있고 앗코짱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순식간에 몰입해서 훅 읽어버렸습니다.
○ 타인의 요구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노라고 거절하기 전에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 p. 59
유즈키 아사코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4가지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엮은 책인데요. 처음의 두 에피소드는 직장상사 앗코짱과 부하직원인 미치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에피소드 중 첫번째의 제목이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네요. 왜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하고 보고있으려니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처음엔 강압적이고 제멋대로인 앗코짱에게 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발끈했는데 속이 깊고 정도 있는 사람이더군요.
○ 혼자 거리를 걷고 있으면 나는 언제나 다른 여자아이를 떠올립니다. 그 아이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미래에도 과거에도 몇 명의 내가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마주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도노 모노가타리』를 읽으면서, 언덕길을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p. 161
파견직원인 미치코가 풀이 죽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 결국 현재의 고민도 타파할 수 있게 해주는 인생롤모델 앗코짱. 칙칙한 기분으로 아무거나 먹거나, 그마저도 먹지 않던 미치코가 앗코짱의 지령으로 이곳저곳 들러 자신의 취미도 찾고,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잘 만난 인생선배가 얼마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지 느끼며 어느 정도는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더라구요.
○ 레미의 전단은 하늘을 날아 마사유키를 따라온 것이다 - p. 186
삶의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을 때에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앗코짱. 그리고 앗코짱과 함께하고 싶어 현재의 자신을 성장시켜나가는 미치코. 둘의 관계가 재미있던 유즈키 아사코의 일본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희안하게 매력있는 갑질상사 앗코짱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두 편의 소설은 같은 세계관의 독립된 이야기들이지만 마찬가지로 스피드 있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꼰대같은 전세대와 아이같은 현세대의 화합을 다룬 이야기들이라 잠깐 불쾌하다가도 결국엔 기묘하고 재미있네, 하는 감상이 들던 일본소설이었습니다.